[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지속가능한 미래 꿈꾼다면…'대전환의 지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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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0
나 자신을 향한 부고 (Nachruf auf mich selbst)
소비 중심 팽창하는 자본주의
유효기간 지난 최적화·효율화
과감히 멈추는 것도 고려할 때
벨처 교수는 독일을 대표하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플렌스부르크대에서 ‘전환설계학(Transformations Design)’을 가르치고 있다. 전환설계학은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로, 지속가능한 미래로의 전환을 위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 방향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소비주의와 산업주의에 기초한 기존의 생활양식을 벗어나 미래 생존을 위한 인류의 대안적 생활양식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다. ‘나 자신을 향한 부고’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통해 벨처 교수는 개인과 사회 모두 시급하게 ‘정지의 기술’ 또는 ‘중단의 지혜’를 배워야만 한다고 제안한다.
자본주의적 팽창의 문화에 익숙해져 지구 자원과 생태계의 유한성을 애써 무시하면서 최적화와 효율화를 외치고 있다. 이 책은 이제는 지난 세기의 생각과 가치를 향해 사망 선고를 내려야 한다고 선언한다. “멈추면 그동안 성취한 것을 유지할 수 있지만, 계속하면 성취한 것조차 모두 사라지게 된다”면서 지금 과감히 중단하고 중지함으로써 미래 세대의 삶과 지구 생태계를 더 낫게 만들 가능성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돌연한 출발》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는 마구간에서 말을 끌어내오라고 명령했다. 하인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몸소 마구간으로 들어가 말에 안장을 얹고 올라탔다. 먼 데서 트럼펫 소리가 들려왔지만, 하인은 그 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어디로 가십니까? 주인님.’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날 뿐이야. 그래야만 나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주인님의 목표를 아시고 계시는 거죠?’ 하인이 물었다. ‘그럼.’ 나는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고 했으니 그것이 곧 나의 목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