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공진 맞죠?"…김선호·신민아 왔다 가니 '핫플' 됐다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갯마을 차차차' 흥행에 촬영지도 인기
코로나19 속 힐링 찾아 떠나는 사람들
"로케이션 중요성 커져, 홍보 효과도"
tvN '갯마을 차차차' /사진=스튜디오드래곤 제공
"코로나19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답답했는데 드라마에서 뻥 뚫린 바다를 보니 힐링 되는 느낌이더라고요. 드라마 내용도 재미있지만, 아름다운 풍광에 기분까지 좋아져서 보는 재미가 두 배가 됐어요."
tvN '갯마을 차차차' 시청자인 20대 김모 씨는 드라마 속 배경인 바닷가 마을 공진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했다. 한적하지만 수많은 사연들이 한 데 얽혀 사람 사는 냄새가 곳곳에서 풍기는 조그마한 시골 동네. 그 안에서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는 코로나19로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드라마는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이 10%대를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고, 시끌벅적한 모임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리 만족을 가능하게 해주는 로케이션의 힘은 더욱 커졌다. 시청자들은 배우들의 호연, 포근한 스토리에 더해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작품의 공간적 매력을 시청 포인트로 꼽고 있다.'갯마을 차차차' 속 공진은 가상의 마을이다. 실제 공진의 무대가 되는 곳은 포항시 일대다. 방송 이후부터 각종 SNS 및 블로그를 통해 이른바 '공진 인증샷'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포항 북구 청하면 청하시장 내 '갯마을 차차차' 세트 앞에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포항 북구 청하면 청하시장 내 설치된 '갯마을 차차차' 세트 /사진=김수영 기자
지난 11일 보라슈퍼, 공진반점, 청호철물, 한낮에 커피 달밤에 맥주 등 주요 촬영 장소가 밀집해있는 포항시 북구 청하면의 청하시장을 찾았다. 비가 오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세트마다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젊은 연인부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광객까지 남녀노소 모두 비에 옷깃이 젖는 줄도 모른 채 싱글벙글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여기가 공진이야?", "홍반장!", "혜진이가 이쪽 골목으로 뛰어갔었지" 등 웃고 떠드는 소리가 시장을 가득 메웠다.

서울에서 왔다는 30대 남성은 "드라마에 나오는 바다를 보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여러 번 들었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 찾았다. 방역 지침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인데 야외이기도 하고 자연친화적인 곳에서 힐링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 없이 방문했다"고 전했다.

청하시장 곳곳에 붙은 현수막에는 '공진'이라는 문구가 함께 적혀 있었다. 50대 택시 기사 윤모씨는 "공진이 진짜 있는 곳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며 웃었다. 이어 "주말에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한 시간씩 줄을 서 있었다. 청하시장에서 차가 빠져나가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포항 북구 청하면 청진리에 설치된 tvN '갯마을 차차차' 세트 /사진=김수영 기자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있는 사방기념공원. '갯마을 차차차'에 등장한 홍반장(김선호 분)의 배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내 사방기념공원 묵은봉에서 내려다 본 전경 /사진=김수영 기자
극중 홍반장(김선호 분)이 높은 산에 올려다 놓은 배는 북구 흥해읍 사방기념공원에 있다. 배가 있는 묵은봉까지는 마치 등산을 하듯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긴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탁 트인 푸른 바다와 무성하게 우거진 초록색 숲이 장관을 이뤘다.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이리로 쭉 올라가면 김선호 배가 나오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힘을 내 발걸음을 옮겼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에 활동이 크게 줄면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소소하게 활력을 찾은 모습이 반갑게 다가왔다. 포항시에 따르면 '갯마을 차차차'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촬영지인 청하시장, 이가리닻전망대, 곤륜산활공장 등을 찾은 관광객은 1일 평균 838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서 촬영하던 프로그램들 다수는 국내로 무대를 옮겼고 힐링, 자연, 운동 등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관련된 키워드를 내세웠다. 캠핑을 소재로 한 '갬성캠핑', 자연 경관을 무대 삼아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였던 '바라던 바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슬기로운 산촌생활', '오늘부터 무해하게' 등 모두 로케이션의 장점을 강조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에게 해방감을 주며 인기를 얻고, 시청자들은 탁 트인 야외를 배경으로 하는 촬영지를 관광 삼아 방문하며 코로나 블루를 달래고 있다.
삼척 맹방해변의 BTS 구조물 앞에서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사진=김수영 기자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 콘셉트 포토를 촬영했던 삼척 맹방해변 /사진=김수영 기자
방탄소년단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콘셉트 포토를 찍었던 삼척 맹방해변은 이미 '방탄 성지'로 유명 관광지가 됐다.

맹방해변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는 '방탄소년단 앨범 재킷 촬영지'라는 표지판이 세워졌고, 맹방해변을 시작으로 초곡 용굴촛대바위길, 덕봉산 해안생태탐방로, 삼척항 대게거리를 잇는 'BTS 코스' 스탬프 투어도 진행되고 있다.한 연예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프로그램 내용보다 촬영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시청자나 팬들이 촬영지를 검색해 서로 공유하거나, SNS에 직접 방문 인증샷을 남기면서 얻는 홍보 효과도 있다. 적절한 시너지를 내기 위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로케이션 선정에 고심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