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추락후 반등한 카카오, 최악 지났나

3거래일째 강세…7.4% 상승
개인, 9월 1조5310억 순매수 1위
기관은 이달들어 1690억 사들여
사진=연합뉴스
“10층 빌딩에서 아직 1층 장사만 하고 있다.” 몇 달 전 한 자산운용사 대표가 카카오를 두고 한 말이다. 카카오의 무한한 확장성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주식시장도 카카오의 성장성을 인정하고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을 부여했다.

그런 카카오에 ‘플랫폼 규제’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카카오란 ‘10층 빌딩’이 ‘꼬마 빌딩’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나타났다는 점도 문제였다. 주가는 한 달 새 30% 가까이 빠졌다.규제 이슈가 불거지고 한 달여가 지났다. 카카오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저가 매수를 노릴 만하다는 의견과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충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때 카카오가 의미있는 반등을 이뤄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흘 연속 강세

15일 카카오는 0.41% 오른 12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거래일간 7.49% 상승했다. 카카오가 사흘 연속 강세를 보인 것은 지난 8월(27~31일) 후 처음이다.

카카오 주가는 9월 한 달간 23.87% 급락했다. 지난달 초 불거진 플랫폼 규제 우려가 주가를 1차적으로 끌어내렸다. 9월 중순 이후에는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계획 구체화, 인플레이션 압박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로 주가가 미끄러졌다. 카카오 같은 성장주는 미래 실적을 가져와 현재 주가에 반영한다. 이때 금리는 할인율로 작동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은 낮아진다.개인투자자는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9월 한 달 동안 개인은 카카오를 1조531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는 이 기간 개인 순매수 금액 1위 종목에 올랐다. 이달 들어선 기관투자가가 카카오 매수에 나서고 있다. 기관은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카카오를 16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6일부터 7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다. 이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010억원, 670억원어치 팔았다.

엇갈리는 전망

카카오에 대해 “최악은 지났다”는 분석이 최근 증권가에서 나온다. 카카오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상생안을 내놓으며 플랫폼 규제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국감에서 △과도한 수수료 부과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모빌리티 독과점 등을 지적받았다. 이에 대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지배력이 커지더라도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규제 이슈에도 불구하고 증권가 실적 전망치는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카카오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1555억원이다. 1개월 전 추정치(1조1957억원)보다 3.4% 줄었지만 6개월 전 추정치(1조1195억원)와 비교해선 3.2% 늘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중단하기로 한 보험상품 비교, 꽃배달 등의 매출 비중은 매우 작다고 보고 있다.

정부 규제와 무관하게 카카오의 시장 지배력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규제책이 나오더라도 사용자들은 편의성 측면에서 플랫폼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비즈니스를 아예 못하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플랫폼의 성장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다음달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IPO)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장 예정일은 다음달 3일이다.

반면 주가가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플랫폼 규제, 금리 인상 우려 등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플랫폼 규제 이슈가 내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규제 관련 뉴스에 따라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의미있는 반등을 하기 위해선 외국인 수급이 돌아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카카오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30.0%로 올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초(32.2%)보다 2.2%포인트 빠졌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