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처리에서 우라늄·전력망까지…새롭게 뜨는 ‘친환경’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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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익률 1·2위를 다투던 친환경 ETF는 최근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넓은 범위의 친환경 ETF들은 올해에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친환경 주식의 범위를 넓게 보면서 주도주의 반등 가능성을 살필 필요가 있다[한경ESG] 투자 전략지난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뜨거웠던 친환경 주식의 주가가 올해는 다소 부진해 보인다. 상장지수펀드(ETF) 정보를 제공하는 ETFDB에 따르면, 전체 ETF(인버스와 레버리지 제외)에서 지난해 수익률 상위 15종목 중 친환경을 표방한 ETF가 8개를 차지할 정도로 돋보였다. 반면, 지난 9월 22일 기준 지난해 수익률 1위인 인베스코 태양광 ETF(TAN)와 2위 인베스코 와일더힐 클린 에너지 ETF(PBW)의 수익률은 각각 -18.7%와 -24.0%로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17.0%)보다 낮다. 이 때문에 친환경 주식의 강세가 지난해 한때의 일회성 이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그러나 그런 결론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 올해 주가 부진이 지난해 과도한 급등 이후 자연스러운 기간 조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에서 친환경으로의 실질적 변화는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즉 친환경과 관련된 펀더멘털은 여전히 상승세다. 여기에 친환경을 보다 폭넓게 해석한 주식 중 일부는 올해에도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친환경 1. 우라늄과 탄소배출권
기존에 친환경 주식으로 언급된 회사는 대부분 탄소배출 제로를 위한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 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탄소배출 제로와 관련해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과 탄소배출권이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발전이 친환경이라는 주장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해외 증시에서 우라늄 기업의 주가 강세를 친환경 측면에서 해석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올 상반기에는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원자력을 청정에너지 전력원으로 포함하려는 기대감이 부각되었다. 지난 7월에는 EU 집행위원회를 대신한 두 곳의 전문가 위원회가 기후와 환경정책의 기준이 되는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원자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물론 이런 정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데다 최근 우라늄 강세는 전반적 에너지 가격의 강세와 수급 교란이 작용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탄소배출 제로의 새로운 방안으로 부상한 원자력발전과 유럽, 북미 등지에서 확산되는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주식 혹은 ETF의 성과는 올해 매우 양호하다. 전체 ETF 중 2021년 수익률(9월 22일 기준) 상위 ETF에 우라늄 ETF와 유럽과 북미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탄소배출권 ETF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자산 규모가 큰 대표적 ETF는 각각 글로벌 엑스 우라늄 ETF(URA)와 크레인셰어스 글로벌 카본 ETF(KRBN)다.친환경 2. 배터리와 전기차친환경과 관련한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전기차다. 전기차와 그 핵심인 배터리(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포함)도 친환경 주식에 해당된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ESS에도 활용되는데, ESS는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문제인 간헐성(불확실성+변동성)을 보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세계 배터리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에 투자하는 가장 규모가 큰 ETF인 글로벌 엑스 리튬·배터리 테크 ETF(LIT)의 9월 22일 기준 수익률은 33.3%로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 17.0%를 크게 앞선다. LIT는 2020년에도 전체 ETF 중 수익률 14위를 기록했다. LIT의 2020년 초 이후 누적 수익률은 201.8%에 달한다.
전기차 전반과 그와 관련한 자율주행 자동차에 집중 투자하는 가장 대표적 ETF인 글로벌 엑스 자율주행·전기차 ETF(DRIV)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수익률이 양호했다. DRIV의 올해 수익률(2021년 9월 22일 기준)은 16.2%로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17.0%)을 소폭 하회했으나 2020년 88.3%로 S&P500 수익률(36.1%)을 크게 앞섰다.친환경 3. 전력망과 수처리
친환경의 핵심인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전기차 확산을 위한 전력망 투자는 필수적이다. 또 탄소배출 제로 과정에서 전체 에너지의 전력 비중 증가는 필연적일 뿐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력망의 확대와 연계가 중요하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유럽 지역에서는 국가 간 통합 전력망을 구축 중이다.
전력망과 관련한 대표적 ETF는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클린엣지 스마트그리드 인프라스트럭처 인덱스 펀드(GRID)다. GRID는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GRID의 올해 수익률(9월 22일 기준)은 18.9%로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17.0%)을 소폭 상회했는데, 지난해 이후 누적 수익률은 75.3%로 S&P500 수익률(36.1%)을 크게 상회한다.
전력망 못지않게 친환경 산업으로 중요한 분야가 수(水)처리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기업이 발표하는 ESG 보고서 환경 부문에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부분이 수자원 관리다. 수처리와 관련한 대표적 ETF가 인베스코 수자원 ETF(PHO)다. PHO의 2020년 이후 누적 수익률은 46.6%로 GRID의 수익률(75.3%)에 비해 다소 낮아도 S&P500 대비 상대 수익률(38.47%)과 절대 수익률 모두 좋다. 2021년 수익률(9월 22일 기준)도 21.9%로 같은 기간 S&P500 수익률(17.0%)보다 높고 변동성(베타 0.88)은 낮다.
친환경 주식, 상승세는 진행 중주도주가 상승하고 순환매가 진행된 뒤에는 다시 주도주가 상승하면서 전체 시장을 견인하거나 전체 시장의 상승 흐름을 마무리하고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금 시점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주도주가 상승하면서 전체 시장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투자자는 친환경 주식을 보다 넓게 보면서 지난해 상승을 견인한 주도주의 반등 조짐을 꾸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