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노믹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판도라의 상자'였나, 실업·난민·고물가…일상이 된 위기와 '덧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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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경제학
시네마노믹스 (67) 나의 사랑 그리스 (上)
영화는 그리스 경제·사회적 불안의 한복판에 관객들을 던진다. 스크린 속 아테네 길거리에는 실업자와 난민이 가득하다. 파리스는 폐쇄된 공항의 난민촌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지오르고의 회사는 전체 임직원의 35%를 해고한다. 엘리제는 경제위기 이후 슈퍼마켓에서 토마토와 치즈조차 살 수 없게 됐다며 투덜댄다.
문명의 원천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이유
세바스찬이 ‘전 세계 문명의 원천’이라고 칭송한 그리스는 어쩌다 이토록 지옥 같은 풍경으로 변했을까. 경제학자들은 그리스 경제위기 원인의 상당 부분을 유로존 내 그리스의 위치에서 찾는다. 그리스의 경제위기는 유로존 가입으로 촉발된 측면이 있고, 위기 이후에도 유로 회원국이라는 사실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했다는 평가다.가까운듯 먼 그리스와 유럽
그리스 고통 공감 못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
경제위기에 빠진 국가가 일반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크게 환율정책, 통화정책, 재정정책이 있다. 만일 그리스가 유로가 아니라 기존의 자국 화폐였던 드라크마를 사용했다면 그리스 정부는 대폭적인 평가절하와 함께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유로존에 소속된 국가들은 환율정책과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그리스 정부는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기에는 재정적자 누적액이 너무 컸다.번영기에 그리스와 함께했던 유럽의 이웃들은 위기 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세바스찬은 유로존 도입의 최대 수혜국인 독일 출신이고, 엘리제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도 유로존에는 편입하지 않은 스웨덴 출신이다. 이들은 각각 그리스인과 사랑에 빠지면서도, 온전히 그리스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실제로도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전체 GDP의 2%에 불과한 그리스를 위해 금리를 낮추거나, 환율을 조정하려 들 수 없었다. 당시 그리스는 이탈리아와 함께 유로존 내에서는 예외에 가까웠다. 그리스 경제가 -5.47% 성장했던 2010년, 유로존은 오히려 2.13% 성장했다. 결국 그리스 경제위기는 유럽 국가 간 노동력 이동이 실제로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자유롭게 이뤄지지 않았고, 외부 충격에 대한 반응도 각기 달라 유럽의 화폐 통일로 인한 비용이 편익보다 클 수 있음을 증명하고 말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또 하나의 석학인 폴 크루그먼은 2012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유로화는 끔찍한 실수”라며 “그리스는 유로존에 남아 잔혹한 긴축을 감당하기보다 차라리 떠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① 유럽 각 국가의 사정이 다름에도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한다는 취지로 만든 유럽연합(EU)은 성공적일까.② 터키 우크라이나 등이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는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가입을 원하는 반면 영국은 ‘브렉시트’로 EU에서 탈퇴한 이유는 왜일까.
③ 그리스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회원국을 돕기 위해 프랑스 독일 등 EU를 이끌어가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