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운명적인 사랑을 찾는 법

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
출처:네이버 영화
<프롤로그>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 속에 살아가는 인간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파랑새와 같은 행복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영화 <오즈의 마법사, 1939>에서도 주인공들은 "무지개 너머 저 하늘 높이 어딘가(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영원한 행복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험난한 여정을 견뎌내지만 결국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영화<세렌디피티(Serendipity), 2001>에서도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운명 같은 신비한 사랑을 꿈꾸며 행운의 주사위를 던진다. 하지만 결국 무지개 너머 파랑새는 절실하게 행동하는 노력이 있어야 이루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의 정점을 향해 달려간다. LTE. 5G 속도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랑과 이별 또한 더욱 가볍고 빠르게 흘러간다. 운명적으로 만난 사랑도 소중한 인연에 존중과 배려라는 물을 주고 가꾸어 나가야 오랫동안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잊고 또 다른 행복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인생에서 행복은 결코 우연히 찾아오는 게 아니라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더 많이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것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줄거리 요약>
세모로 들뜬 분위기 속 뉴욕의 크리스마스이브, 모두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사느라 블루밍데일 백화점에서 전쟁 같은 쇼핑을 하고 있다. 이때 뉴욕커 조나단(존 쿠삭 분)과 영국 여인 사라(케이트 베킨세일 분)도 각자 자신의 애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가 마지막 남은 검은 장갑을 동시에 잡으면서 첫 만남을 가지며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평소 운명적인 사랑을 원했던 사라는 "만날 운명이라면 만나게 돼요(If we're meant to meet again, we wiill)라며 우연의 재회를 기약하며 운명에 미래를 맡기자고 조나단에게 제안한다. 그 후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서로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고 삶을 살아가다가 다시 큰 운명의 소용돌이를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에서 파리로 돌아가는 주인공들이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해가 뜨기 전까지 하루 동안 그림 같은 도시와 꿈같은 대화 속에서 서로를 향한 강한 이끌림으로 풋풋한 사랑이 물들어가지만 기약없이 헤어지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가 연상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관전 포인트>
A. '세렌디피티'의 의미는?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의미로 특히 과학 분야에서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처럼 실험 도중에 실패로 인해서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세렌디피티는 아무에게나 우연히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도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그 속에서 남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우연한 행운인 '세렌디피티'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B. 두 사람이 자신들의 운명을 시험하게 되는 과정은?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났지만 장갑을 양보한 사례로 '세렌디피티'라는 카페에서 핫초코를 같이 마신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지지만 여자는 장갑을, 남자는 목도리를 카페에 두고 온 것을 찾으러 갔다가 다시 만나면서 예사롭지 않은 끌림을 갖게 된다.
@재회의 기념으로 센트럴 파크의 스케이트장에서 잠시 달콤한 시간을 보내던 조나단은 빙판에 넘어진 사라의 팔꿈치 상처에 밴드를 붙이다가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별자리 같은 점을 발견하고 호감을 보인다. 사라도 좋은 감정에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전하는 순간 지나가던 쓰레기 트럭에 날려가 버린다.
@사라는 만날 운명이 아니라고 하지만 조나단은 "연락처도 없이 헤어지면 운명이 우릴 다시 연결해 준대요?"라는 말에 수긍하며 5달러 지폐를 꺼내 조나단에게 연락처를 쓸라고 하고 그 돈으로 노점상에서 캔디를 사버린 후 "저 돈이 내게 오면 전화할게요"라고 한다.
@그녀의 황당한 제안에 화를 내자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사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콜레라 시대의 사랑>에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서 내일 아침 일찍 헌책방에 팔께요"라며 운명의 기회를 하나 더 만들어 준다.
@그래도 아쉬워하는 조나단의 팔을 이끌고 월도프 호텔로 가서 2개의 엘리베이터에 각자 타서 "같은 층을 누르면 운명이라 믿기로 하자"라고 하지만 조나단이 탄 엘리베이터에는 장난기 많은 아이가 타서 모든 층의 버튼을 누르면서 결국 서로 헤어지게 된다.
C. 헤어진 두 사람이 재회를 위해 절실히 노력한 것은?
비록 두 사람에게는 연인이 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났던 신비한 호감은 잊히지 않고 7년 동안 계속 그들의 머릿속을 맴돌며 그들은 재회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조나단: 며칠 후 결혼식이 있는데도 사라를 잊지 못하고 사라와 처음 만났던 백화점에 가서 장갑에 있던 사라의 영수증을 통해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내려고 매장 종업원에게 간청을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게 된다.
@사라: 사귀는 남자가 일 년 내내 공연에 바쁜 뮤지션이기에 서로의 관계에 지쳐가던 중 결혼식 전에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친구 '이브'와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 조나단과의 추억을 돌아본다. 친구는 연연해하는 사라에게 " 사라, 너의 생각이 멋지긴 해, 하지만 그렇다면 삶이란 뭘까?" 사람을 실수를 하면서 배우는 거야, 너에겐 널 아주 사랑하는 약혼자가 있잖아"라고 설득하자 사라도 단념하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탑승한다. 그런데 헤드셋을 구매하려고 지갑을 연 순간 친구의 지갑과 바뀐것을 알게 되고 지갑안에 조나단의 연락처가 적힌 5달러 지폐를 발견하고 비행기에서 급히 내리게 된다.
D.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는 계기는?
@조나단: 결혼식을 앞두고 약혼녀는 평소 조나단이 서점을 갈 때마다 찾던 책인 <콜레라 시대의 사랑>초판본을 선물하는데 열어본 순간 사라의 서명을 보고 운명적인 사랑을 느낀 조나단은 결혼식을 취소한다.
@사라: 5달러 지폐를 찾자 비행기에서 내린 사라는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하지만 조나단은 그날 결혼식이 있는 날이어서 연락이 안 된다. 급하게 월도프 호텔에 도착했지만 이미 아무도 없자 결혼식이 끝난 줄 알고 돌아서려는데 청소부가 "선물은 도로 돌려줄 거요. 결혼식은 시작도 못했으니 말이요. 오늘 아침에 취소됐어요"라는 말에 사라는 눈물을 흘리며 활짝 웃는다.
@조나단은 결혼식 취소 후 정처 없이 밤거리를 헤매다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사라와의 추억이 있는 스케이트장을 찾는다. 어느덧 스케이트장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고 그 많던 사람들도 사라져 버린다. 빙판 한가운데 누워있던 자신에게 어디선가 장갑 한 짝이 날아와서 안긴다. 그들의 세렌디피티는 그렇게 이루어지게 되고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E. 사라가 운명적인 사랑을 추구했던 것은?
조나단을 만나 특별한 호감을 느꼈지만 이미 서로 애인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확실한 운명의 계시가 내리지 않는 한 단지 호감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는 용기와 명분이 없었다. 결국 지폐와 헌 책이 돌고 돌아 그들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그야말로 천생연분의 운명적 만남이 이루어질 것으로 여긴 것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에필로그>
크리스마스의 기적과도 같았던 두 남녀의 우연한 만남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한 이끌림과 그리움으로 변하게 되었고 서로의 완전한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운명처럼 변하게 된다. 7년 전의 인연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던 두 사람의 진심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우연한 행운인 세렌디피티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바로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노력해서 찾아낸 내 인생의 세렌디피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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