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 하나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 대가' 온다

29일 예술의전당 공연

뉴욕필 음악감독 츠베덴
KBS 교향악단 객원지휘
뉴욕필하모닉과 홍콩필하모닉을 동시에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 얍 판 츠베덴(60·사진)이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선다. KBS교향악단의 제771회 정기연주회 ‘소리, 빛이 되어’의 객원지휘를 맡았다. 2년9개월 만의 내한 공연이다.

츠베덴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운명)’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을 들려준다. 두 작품 모두 오케스트라 규모를 크게 키워 숭고미를 극대화한 레퍼토리다. 운명교향곡으로 잘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5번은 인생의 고뇌를 풀어낸다. 프로코피예프의 작품은 목관악기를 종류별로 3대씩 두는 대편성 교향곡으로, 순수와 인류애를 성대한 선율로 그려낸다.츠베덴은 지난해 2월 홍콩필하모닉과 함께 내한하려다 코로나19로 연기했다. 작년 11월에는 혼자서라도 내한공연을 펼치려 했지만 2주간 자가격리로 인해 무산됐다. 올해는 반드시 내한하겠다며 츠베덴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츠베덴이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추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2019년 처음으로 KBS교향악단의 객원지휘를 맡아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을 들려줘 호평받았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그에 대해 “작은 음표 하나 놓치지 않고 관객에게 온전히 매력을 전해주기 위해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는 대가”라며 “2019년 공연 때는 단원들에게 활 쥐는 법까지 세세히 설명하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츠베덴은 바이올리니스트로서 16년 동안 연주하며 쌓은 경륜을 지휘에 녹여낸다. 그는 19세 때 세계 3대 악단 중 하나인 로열 콘세르트허바우(RCO)의 최연소 악장으로 임명된 바이올리니스트였다. 1980년대 후반 그에게 처음 지휘봉을 잡을 기회가 주어졌다. 지휘자 겸 작곡가였던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그에게 RCO 리허설 무대에서 말러의 ‘교향곡 1번’을 지휘하도록 했다. 이로부터 6년 뒤 츠베덴은 네덜란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를 맡았다.다른 지휘자들에 비하면 출발이 한참 늦었다. 36세에 지휘를 시작한 그는 나이 제한(35세) 때문에 지휘 콩쿠르에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타고난 음악성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08년부터 10년 동안 미국 댈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2년부터는 홍콩필하모닉을 맡아 비주류로 여겨지는 아시아 오케스트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냈다.

홍콩필은 2019년 영국의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올해의 오케스트라’에 뽑혔다. 그의 역량을 주목한 뉴욕필하모닉은 그해 음악감독으로 츠베덴을 선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