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용 큐리옥스바이오 대표 "세계 유일 세포분석 자동화 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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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치료제 품질 관리에 필수지난 5월 김남용 큐리옥스 바이오시스템즈 대표(사진)는 글로벌 제약사 고객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미국 표준기술과학연구소(NIST)가 세포분석 기술 표준을 제정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열었으며, 큐리옥스가 보유한 기술이 여기에 적합할 것이란 일종의 참여 제안이었다. NIST가 제정하는 표준은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을 승인하는 절차에 사용될 수 있어 제약업계 전반에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美NIST에 세포前처리 기술 제시
표준 등재시 세계 6조 시장 선점
김 대표는 “5월 말 NIST에 컨소시엄 참여 의사를 보낸 뒤 불과 한 달 만에 참여해달라는 확답을 받았다”며 “컨소시엄을 통해 미국 허가당국, 글로벌 제약사와 함께 내년까지 세포 분석에 필요한 표준을 논의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NIST가 주도하는 ‘유세포 분석 표준 컨소시엄’의 목적은 세포실험 및 세포치료제 생산에 필요한 세포분석 기술의 표준화다. 표준화를 거쳐 균일한 품질의 세포치료제를 만들 수 있게 되면 향후 FDA의 신약 심사 표준으로 도입될 수 있다. 시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애질런트테크놀로지, 서모피셔 같은 글로벌 분석기기 업체 외에도 세포치료제를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BMS, 카이트파마 같은 글로벌 업체들도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김 대표는 “참여 기업 중 국내 업체는 큐리옥스뿐이며 세포 염색 및 전처리 자동화 기술을 갖춘 곳도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제품은 세포를 분석하기 앞서 필요한 전처리 과정을 자동화한 기기다. 이전엔 세포 염색과 세척 등의 전처리 과정을 연구자가 손으로 직접 했다. 이 때문에 숙련도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실험 결과의 편차가 커졌다. 생산시설에선 생산한 세포의 품질이 들쭉날쭉했다. 김 대표는 “우리 자동화 기기를 이용하면 전처리 시간을 30분에서 2분여로 단축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여러 번 실험을 반복했을 때도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글로벌 제약사들이 먼저 큐리옥스의 진가를 알아봤다. 수작업으로 하던 전처리 과정을 자동화하자 균일한 품질의 세포치료제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김 대표는 “세포치료제의 생산수율을 2배 가까이 높일 수 있다는 현장 결과를 얻었다”며 “세포분석에 필요한 표준을 제정하려는 NIST가 큐리옥스의 컨소시엄 합류를 환영한 까닭”이라고 했다.
큐리옥스는 지난해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95%가 해외 매출이다. 글로벌 매출 상위 10곳 대형 제약사는 물론 카이트파마 같은 신약벤처와 찰스 리버 등 대형 임상수탁업체(CRO)가 큐리옥스의 고객사다. 김 대표는 “컨소시엄에서 세포 전처리 자동화가 표준이 되면 국내외 실험실 및 제약시설에만 6조원 규모의 시장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애질런트 등을 거쳐 2008년 창업했다. 싱가포르 국립연구소에 시제품을 공급하며 창업 지원을 받은 인연 때문에 첫 본사의 위치는 싱가포르였다. 하지만 2018년 첫 제품 출시 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을 받자 2019년 국내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을 받고 한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260억원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