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퀸'의 귀환…이정민, 5년7개월 만에 웃었다
입력
수정
지면A35
동부건설·한토신 챔피언십원조 ‘아이언 퀸’ 이정민(29)이 긴 침묵을 깨고 다시 힘차게 날아올랐다. 17일 막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0개를 뽑아내는 맹타를 휘둘러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5년7개월 만에 통산 9승에 성공하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송곳 아이언 샷…버디 10개
8점차 뒤집고 51점으로 우승
2016년 우승 이후 긴 슬럼프
올 한경레이디스컵 등 5개 대회
'톱10'에 들면서 경기 감각 회복
"이번 대회가 전환점 될 것"
안나린 2위, 박민지·장수연 3위
이정민은 이날 전북 익산CC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10개, 보기 1개를 몰아쳤다. 이번 대회는 KLPGA투어 사상 처음으로 변형 스테이블 포드 방식으로 치러졌다. 앨버트로스 8점, 이글 5점, 버디 2점, 파 0점, 보기 -1점, 더블보기 이상 -3점을 매겨 순위를 가린다. 이정민은 이날 하루에만 19점을 추가하며 최종합계 51점을 기록했다. 이날 내내 선두를 달리던 안나린(25)을 4점 차로 따돌리며 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이정민은 2010년 KLPGA투어에 데뷔해 루키 시즌에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172㎝ 큰 키에서 나오는 장타, 여기에 송곳 같은 아이언샷이 더해지면서 한국 여자골프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는 여자골퍼 중에도 드물게 2, 3번 아이언을 캐디백에 넣고 다닐 정도로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전성기 시절 그린 적중률이 2014시즌 5위(77.13%), 2015시즌 2위(78.28%)에 오를 정도로 날카로운 샷감을 자랑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KLPGA투어에서 유일하게 후원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2014년 2승, 2015년 3승을 몰아치며 KLPGA투어 통산 8승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갑자기 슬럼프에 빠졌다. 2016년 3월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5년 넘게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 장점인 송곳 아이언샷이 흔들리면서 지난해까지 상금 순위 15위 안에 든 적이 없다. 그는 “그동안 골프로 상처도 받았는데, 그 상처가 두려움이 됐던 거 같다”고 털어놨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두려움이 커졌다. 그는 “항상 마지막에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해 우승권에 다가갔다가도 멀어졌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올 들어 상승세를 만들어냈다. 지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7위에 오르며 건재를 알렸고 6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공동 2위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경기 감각을 되살렸다. 2018년부터 메인스폰서로 함께한 한화큐셀도 큰 힘이 됐다. 이날 이정민은 선두 박민지(23)에게 8점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전반까지는 버디 3개에 보기 1개로 5점을 추가하며 평이한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후반부터 샷감이 폭발했다. 10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샷감을 끌어올렸고 12, 13번홀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으며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16번홀(파3) 버디로 선두 안나린을 1점 차로 따라붙은 그는 17번홀(파5) 버디로 1점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안나린이 후반 버디 퍼트를 연달아 놓친 사이 이정민은 18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3m 거리에 붙였고 버디로 성공시켰다.
먼저 경기를 끝내고 18번홀 그린 옆에서 챔피언조의 결과를 기다리던 이정민은 우승이 확정되자 환하게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도 골프를 치면서 계속 상처를 받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극복했으니 다음 번에도 잘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두 차례 칩샷 버디를 포함해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16번홀까지 선두를 달렸던 안나린은 막판 3개 홀에서 점수를 추가하지 못해 시즌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뤘다. 버디 8개로 16점을 보탠 장수연(27)이 박민지와 함께 공동 3위(45점)에 올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