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수사' 상처뿐인 검찰…남욱 조사로 반전 성공할까

'부실 수사 비판 피하기 체포' 해석도…핵심 물증·진술 확보 관건
구속 시 수사 동력 회복…영장 기각되면 수사 좌초 가능성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가 귀국 직후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난맥상을 보였던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새벽 귀국한 남욱 변호사를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 중이다.

당초 검찰은 귀국 후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는 방향으로 남 변호사 측 변호인과 협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계획을 바꿔 취재진이 몰려 있는 공항에서 남 변호사를 전격 체포했다.

이 같은 검찰의 노선 변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부실·늑장 수사' 비난을 피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검찰은 앞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후 설익은 영장 청구로 수사 지연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장실을 제외한 것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엇박자를 낸 것을 두고도 수사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같은 외부의 비판을 진화하고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핵심 피의자인 남 변호사를 서둘러 체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대장동 의혹 제기 초기 남 변호사가 미국으로 사실상 도피하면서 관련 수사가 지연됐던 것 역시 검찰이 적극적으로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만배 씨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 법원으로부터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외에 로비 정·관계 로비를 입증할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는 점도 비판 대상이 됐다.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뇌물을 '현금 1억원+수표 4억원'이라고 했다가 전액 현금 5억원이라고 바꾼 것도 영장실질심사에서 마이너스가 됐다.

검찰은 김씨와 혐의가 비슷하게 적용된 남 변호사를 조사하면서 구속 수사를 위해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혹들을 뒷받침할 추가적인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는 데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 변호사 조사 시간이 48시간으로 제한되는 만큼 검찰은 주어진 시간 안에 '목격자'가 아닌 '당사자'로서 남 변호사의 로비·부당이득 편취 등 혐의를 규명해야 한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기간 만료도 임박한 상황이라 남 변호사를 조사하면서 확보한 진술 등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의 공소사실을 다지는 작업 역시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남 변호사의 체포영장에 기재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뇌물공여약속 등으로 김씨의 혐의와 적지 않게 겹친다.

검찰은 남 변호사 조사를 마친 후 이르면 19일 밤늦게 또는 20일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관측된다.영장이 발부된다면 김씨 영장 기각으로 타격을 받은 대장동 수사가 동력을 찾게되겠지만, 기각 시에는 사실상 수사가 김씨 등 '대장동 4인방'도 넘지 못하고 좌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