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올라탄 대구 부품기업들

경창산업 등 24개 지역 기업
전기·수소·자율차 사업 급성장
충전업체들도 국내시장 주도

대구시, 미래차과 출범 5년
신기술 개발·구조 전환 도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세종시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 및 초광역협력 추진전략 보고회’에서 미래차 혁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참석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내연기관 변속기 부품을 제작하던 대구의 경창산업은 최근 전기차 모터모듈 기업으로 변신해 생산하는 모터를 전량 국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성림첨단산업은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 신기술을 개발해 구동용 모터자석을 현대모비스에 공급하고 있다.

3만 개에 달하는 내연기관용 부품이 전기차에는 1만9000개, 수소차에는 2만4000개밖에 들어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요즘 차 부품 기업들은 커다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대구의 차 부품 기업들은 ‘미래차 시대’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구시가 2016년 미래자동차과를 신설하고 미래차 신기술 개발사업에 일찌감치 투자해 결실을 보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구시는 2016년부터 국비 지원 없이 순수 시 예산으로 미래차 선도기술 개발 지원사업을 벌였다. 경창산업과 성림첨단산업 등 29개 기업에 총 184억원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미래차기술 사업화를 마친 24개 기업이 60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이들은 222명을 추가 고용하고 102건의 지식재산권도 획득했다. 김종찬 시 미래자동차과장은 “대구의 경우 에스엘, 삼보모터스, PHC(평화정공), 평화산업, 이래에이엠에스 등 자동차 부품그룹 모두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차 등 미래차 사업 아이템을 장착했다”며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계열사로 편입하는 등의 구조 전환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산업통상자원부의 미래차 분야 사업재편 계획에 승인된 기업을 보면 올해 전국 32개 기업 가운데 삼보모터스, 이래에이엠에스 등 여덟 곳이 대구 기업이다. 사업재편 승인을 받으면 상법상 사업재편 절차 간소화, 규제 유예, 고용·세제·자금 지원을 받아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전기차충전 분야에서도 대구 기업의 성장이 눈부시다. 2016년 창업한 대영채비는 고속도로 급속충전기 시장에서 70%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 콘센트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과금형 콘센트와 서비스를 개발한 차지인도 올해 납품을 시작했고, 서울시의 7000대 분량 납품사에 포함돼 역외 진출도 성공했다.

자율차 스타트업 등 유망기업과 중견·중소 부품사들이 협업해 셔틀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새로운 협력도 본격화했다. 지난달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오토노머스A2Z(대표 한지형)는 중견기업인 에스엘, 삼보모터스 등과 자율주행 차량 제작을 위한 컨소시엄을 오는 21일 구성한다.대구시가 자율주행도로를 구축하기로 하고, 자율차 상용화를 위한 사업을 펼친 덕분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 시범지구에 선정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모빌리티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분야로 진화하는 미래차 시장에서 대구 기업들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며 “미래차 전환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