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밀레니엄힐튼 품는 이지스운용…5성급 호텔·오피스 새로 짓는다

매매가 1조 안팎에 인수 협약
기존 직원 고용 승계 등 논의
▶마켓인사이트 10월 18일 오후 4시24분

서울 남산에서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밀레니엄힐튼호텔(사진)이 헐리고 5성급 호텔과 오피스·소매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시설로 재탄생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호텔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밀레니엄힐튼의 최대주주인 CDL호텔코리아는 최근 이지스자산운용에 이 호텔을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매가격은 1조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달 최종 계약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CDL호텔이 매각을 결정한 것은 수익성 악화 탓이다. 밀레니엄힐튼은 최근 수년간 경영 부진에 시달렸고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끊기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이지스자산운용은 인수 후 밀레니엄힐튼을 헐고 새로운 고급 호텔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남은 부지에는 오피스와 소매시설 등 복합시설을 짓기로 했다. 당초 오피스 빌딩으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하다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전환되자 다시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경영 악화를 이유로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이 팔리고 오피스빌딩이나 주거시설로 바뀌면서 특급호텔 공급이 줄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텔에 투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강남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반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 등 서울 지역 4~5성급 호텔 10여 개가 최근 매각됐거나 매물로 나와 있다. 대부분 주거시설이나 오피스빌딩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CDL호텔 관계자는 “이번 매각으로 기존 직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매수 예정자인 이지스자산운용도 호텔 직원들의 우려를 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엄힐튼의 전신인 힐튼서울은 1983년 12월 서울 중심가에 22개 층, 700여 개 객실 규모로 문을 열었다. 대우그룹 계열인 대우개발이 운영하다가 1999년 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전문회사 훙릉의 자회사인 CDL호텔에 2600억원에 매각됐다. 2008년 부동산개발사인 강호AMC가 5800억원에 인수를 진행했지만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거래가 무산되기도 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