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약진…PHEV도 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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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프랑스서 판매 비중 역전유럽 각국의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올 하반기부터 배터리 전기차(BEV) 점유율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를 앞지르고 있다. 주행 거리, 충전 속도 등 전기차 성능이 개선되면서 하이브리드카(HEV)와 BEV를 섞은 과도기 기술인 PHEV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츠 "플러그인 투자 중단"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BEV는 지난달 3만3655대 팔려 8월보다 59% 증가했다. PHEV 판매량은 같은 기간 13.5% 늘어난 2만2842대였다. 점유율은 BEV가 17.1%, PHEV는 11.6%를 차지했다. 월별로 보면 지난 7월까지는 PHEV가 더 많이 팔린 경우가 많았으나 8월부터 역전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전기차의 ‘테스트베드’로 통하는 노르웨이도 마찬가지다. 5월 BEV 시장 점유율이 60.4%, PHEV는 22.9%였으나 지난달 각각 77.5%와 13.9%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도 BEV와 PHEV 점유율이 8, 9월 들어 역전됐다. PHEV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아니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BEV의 점유율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PHEV와 BEV 점유율은 지난해 1~9월 각각 0.4%, 2.1%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 1.4%, 4.3%로 격차가 커졌다. 현대차·기아는 판매 부진으로 국내에서 PHEV 모델을 대부분 단종했다.
PHEV는 HEV처럼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동시에 쓰지만, 충전할 땐 BEV처럼 콘센트를 꽂아야 한다. 플러그를 꽂는 HEV라는 뜻에서 PHEV라고 부른다. 대부분 40㎞까지만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고, 그 이후엔 내연기관 엔진으로 주행한다.PHEV는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하고 주행 거리가 짧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친환경차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엔진으로 멀리 달릴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그러나 충전소가 확대되고 전기차 주행 거리 및 충전 속도가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럽에선 BEV 보급을 늘리기 위해 PHEV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내년부터 최소 60㎞ 이상을 전기모터로 주행할 수 있는 PHEV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기모터 주행 거리가 40㎞ 이내인 대다수 PHEV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PHEV는 ㎞당 이산화탄소를 50g가량 배출해 친환경차가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PHEV보다 BEV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마르쿠스 셰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달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PHEV는 다임러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모델”이라며 “PHEV에 신규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PHEV보다 BEV용 부품 가격이 비싸 부품업체들도 BEV 판매 호조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