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드코로나] ⑫ 일본, 일상회복 가능한지 시범 검증

호텔·음식점·경기장 등서 '2차 접종 + PCR 검사' 패키지 검증
신규 확진 8월 하순 2만2천명대→500명대로 급감
"정부 조언 기구 간 위드 코로나 의견 상반시 조율 난항 가능성"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감한 일본에선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이 시행될 전망이다. 이미 스포츠 이벤트와 음식점, 숙박업소, 공연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드 코로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월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설 때만 해도 위드 코로나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 수가 코로나 '제5파'(다섯 번째 대유행) 정점의 4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현지 공영방송인 NHK 집계에 따르면 제5파 정점인 지난 8월 21~27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평균 2만2천804명에 달했지만, 이달 9~15일에는 597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도쿄도(東京都)와 오사카부(大阪府) 등 19개 광역자치단체에 유동 인구 억제를 골자로 발령됐던 코로나19 긴급 사태를 전면 해제했다.

단기간에 확진자가 급감한 배경과 관련해 코로나19 검사 건수 감소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감염증 전문가들은 긴급 사태 발령에 따른 유동 인구 감소와 백신 접종률의 빠른 상승 등을 꼽는다. 일본 총리관저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15일 현재 백신 1차 접종률은 74.7%, 2차 접종률은 66.1%다.

고령자(65세 이상)만 보면 1차 접종률은 91.1%, 2차 접종률은 90.0%다.

일본 정부는 11월에는 2차 접종률이 8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단계적인 일상 회복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검사 패키지'를 활용한 행동 제한 완화 방침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10월 중에 광역자치단체와 조율한 뒤 조기에 (행동 제한 완화) 정책의 전체 모습을 정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행동 제한 완화에 앞서 일본에선 다양한 분야에서 위드 코로나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긴급 사태 해제로 대형 이벤트 및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 등이 완화된 것에 더해 백신 2차 접종자 등을 대상으로 분야별로 행동 제한 완화 실증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프로축구 J리그가 열린 아이치(愛知)현 도요타(豊田)스타디움에선 코로나19 방침 지침에 따른 입장객 상한인 1만명에 더해 730석에 해당하는 입장권이 추가로 판매됐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검사 패키지를 활용해 방역 지침을 초과하는 입장객을 받은 후 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스포츠 경기 등 대형 이벤트 관련 위드 코로나 실험에선 마스크 착용률과 관람객의 밀집도, 출입하는 인원의 흐름 등을 검증하게 된다.
음식점과 숙박업소, 공연장 등에서도 실증 실험이 진행 중이다.

수도권인 사이타마(埼玉)현에선 오는 22~31일 50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영업시간 및 인원 제한을 두지 않는 실험이 진행된다.

도쿄도(東京都) 등 수도권 지자체들은 긴급 사태 해제 이후 음식점 등에 대해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고 동반 손님을 4명으로 제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사이타마현은 백신 2차 접종 완료자와 3일 이내 PCR(유전자 증폭) 검사 음성 결과가 나온 사람에 한해서는 제한 없이 손님을 받은 후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이런 방식의 실험을 12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大阪) 등 4개 광역자치단체에선 소극장 등에 인원 제한을 완화해 관객을 들인 후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공연장에선 전체 입장 가능 인원 수의 절반까지 관객을 받을 수 있다.

방역 지침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관객을 받은 후 환기 상태를 점검하고 관객 리스트를 작성해 이후 감염 상황을 추적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광청은 지난 8일부터 36개 광역자치단체의 호텔과 여관 108곳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검사 패키지를 활용한 위드 코로나 실험을 시작했다.

여행사를 통해 진행되는 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은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 차원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내 여행 경비의 최대 절반을 지원하는 고투 트래블은 작년 7월부터 코로나19로 침체를 겪는 음식·숙박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가 같은 해 12월부터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중단됐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16일 미야기(宮城)현 방문 중 기자단에 고투 트래블과 관련해 "관광업계 여러분으로부터 재개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을 철저히 하는 가운데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작년의 경험을 살려 고쳐야 할 것은 고치겠다"며 주말 혼잡을 피하기 위해 평일 이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고투 트래블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위드 코로나 정책을 준비하는 가운데 겨울철을 앞두고 코로나19 '제6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감염증 전문가들도 많다.

일본 정부에 코로나19 대책을 조언하는 '분과회'는 감염증 및 의료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있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정책의 시행을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9월 초 퇴진 표명 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감하자 분과회 폐지도 은밀히 검토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분과회와 별도로 코로나 시대 사회·경제 활동의 바람직한 방향을 검토하는 전문가 회의를 신설할 생각이다. 요미우리는 "(기존) 분과회와 신설 (전문가) 회의의 의견이 상반되는 경우 조율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