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잡아라"…'현대重 vs 대우조선' 자존심 건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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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산 강자들과 ‘합종연횡’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사업을 두고 전통의 방산 라이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내년으로 예상되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두 회사는 '우군'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F-35 등 탑재되는 경항모 추진하는 국방부
내년 기본설계 입찰 앞두고 현대重 대우조선 '경합'
현대는 英밥콕 KAI과 대우는 伊핀칸티에리 한진重과 연합
국내 최초 상징성, 시장 확보 두고 자존심 싸움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경항모 사업을 둔 경쟁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양자 대결 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한국형 경항모 사업은 국내 기술로 3만t급 경항모를 설계·건조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 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 2033년 실전배치가 목표로 내년께 실제 건조로 이어질 기본설계 단계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국내 최초의 항공모함 건조라는 '타이틀'을 두고 현대중공업와 대우조선해양은 전략적 파트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두 회사가 기존에 건조했던 구축함, 잠수함과 달리 항공모함은 함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갑판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운영체계 등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라서다.
2019년 설계의 첫 단계인 개념설계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하며 한발짝 앞서나가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19일 국내 1위 항공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KAI)와 경항모에 탑재되는 항공기 운용 및 군수체계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9월엔 영국의 6만5000t급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함' 설계에 참여했던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 기본설계 수주를 위한 파트너쉽을 체결하기도 했다.대우조선해양은 국내외 특수선 분야의 강자들과 손을 잡고 내년 기본설계 수주전에서의 일발 역전을 노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형 경항모와 규모가 비슷한 이탈리아 카보우르함, 트리에스테함을 개발한 핀칸티에리와 손을 잡고 지난 7월부터 경항모 설계에 들어갔다. 8월엔 국내 최대 군함인 독도함, 마라도함 등 1만4500t급 대형수송함 건조 경험을 갖고 있는 한진중공업과 설계 및 건조 과정을 함께 할 것을 약속하며 파트너쉽을 맺었다.각자 다른 우군을 확보한 만큼 양측이 제안하는 항공모함의 모습 역시 차별화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비행갑판 면적을 기존 경항모보다 30%이상 넓게 만들고 스키점프대를 적용한 개념도를 내놨다. 전장 270여m, 전폭 60여m에 이르는 크기로 일반적인 경항모에 비해 덩치를 키웠다.
이를 통해 경항모의 작전 능력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긴 갑판과 스키점프대는 주력 기종인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기의 무장탑재량과 비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함미에 무인기와 무인함정 운용공간을 따로 마련해 다야한 작전수행을 가능케했다.
현대중공업과 달리 직사각형 모양의 경항모를 준비 중인 대우조선해양은 검증이 완료된 기술을 중심으로 안정적 운용이 가능한 설계를 완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장 253m, 전폭은 약 47m로 갑판 크기는 현대중공업에 비해 작지만 함재기를 비행갑판으로 보내는 엘리베이터 2기를 경항모 오른쪽에 배치해 비행갑판 사용 효율성을 높였다. 전투기 출격횟수를 최대로 높인 설계로 실제 항공 작전에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뒀다는 게 대우조선해양 측의 설명이다.두 회사가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정치권 내에선 한국에 항공모함이 필요한지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3만t급 경항모는 국방부가 2019년 8월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개념설계 계획을 반영하면서 공식화했다.
하지만 경항모를 보호할 구축함과 호위함, 잠수함, 정찰자산 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사일, 어뢰 등에 의해 격파될 가능성이 클뿐 아니라 잠수함 등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경항모 수주에 열을 올리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국내 최초의 항공모함 건조가 갖는 상징성과 향후 수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를 미루는 상황에서 양사가 '마이웨이(My Way)'를 고수하며 묘한 자존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조선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대중공업이 개념설계를 수주했지만 실제 건조로 이어지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뒤집어진 사례가 많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통적으로 군함 등 특수선에 강점을 보였던 대우조선해양으로선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돼 인수가 되더라도 방산 분야에선 '우리가 더 강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