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하는 법제처…올해 정부 입법정책 협의회 '0회'

소관 부처간 이견 다툼 조율 못해
국감서 "제 역할 해야 한다" 쓴소리
사진=연합뉴스
법제처가 올들어 법률안에 대해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정부입법 정책협의회'를 한번도 개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제처에 대한 국정감사를 오전 10시 개최했다. 이날 몇몇 의원들은 법제처가 '정부입법 정책협의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여 법사위에서 관련 업무 문의로 고통을 받고있다고 호소했다. 정부입법 정책협의회란 법제처의 고유 업무로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한 관계 기관 간 이견의 해소와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입법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 개최하는 협의회다. 특히 소관부처 등의 갈등을 조율하는 등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법제처의 국장급 회의체로 알려져있다.

이날 법제처는 국감서 올해 58회의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고 설명했으나,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책 협의회 횟수가 맞냐"고 되묻자 정책 '실무' 협의회의 개최횟수라고 밝혔다. 정책 실무협의회는 정책 협의회를 보조하는 성격의 과장급 회의다.

반면 국장급 정책협의회는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섭 법제처장이 국장급 회의이다 보니 개최하기가 쉽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이 의원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국장급이 아니라 과장급 회의를 하고 계시니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의원들 "법제처 손놓고 있어 입법도 멈췄다"

이수진 의원은 이어 "정부입법 협의회가 손을 놓고 있어 국회가 얼마나 힘든지 말씀을 드리겠다"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지난해 38명 사망자를 낸 이천물류 화재 참사때 건설안전특별법안 발의 됐는데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건설안전관리 권한을 놓고 이견을 내는 바람에 법안이 진전이 안되고 있다"며 "구글 인앱결제 방지법도 본회의 통과 이후에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중복 규제 논란으로 국회의원을 매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사위는 이들의 이견을 조율해주는 단체가 아니다"며 "법제처가 할 일인데, 정부입법 협의회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건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해수부와 공정위의 의견이 다르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법제처를 '정부 내 최고 유권해석 기관'이라고 말한 만큼 법제처가 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처장은 "법제처 차원 협의회는 법리적 차원의 의견 제시하고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적인 것이나 부처간 관할에도 적극적 개입을 하고, 국조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