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맞아요? 30 아니고?"…외신 기자도 놀란 한국 신용도

사진=연합뉴스
"13bp 맞아요? 30bp 아니고?"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13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 직후 싱가포르 한 언론사의 기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기자는 이날 우리 정부가 발행한 유로채의 가산금리를 물었다. 기재부 실무자가 "13bp(1bp=0.01%포인트)"라고 답하자 "30bp가 아니고 13bp가 맞느냐"는 반문이 돌아왔다.가산금리는 지표금리에 더해 발행자의 신용도에 따라 추가 지급하는 금리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13bp가 맞다"고 재차 설명하자 이 외신기자는 "믿을 수 없다(Unbelievable)"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19일 기재부는 이같은 내용의 외평채 발행 후일담을 공개했다. 기재부는 지난 7일 오전 10년 만기 미국 달러화 표시 외평채 5억 달러와 5년 만기 유로화 표시 외평채 7억 유로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10년물 달러채의 경우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에 25bp를 더한 1.769%, 5년물 유로채의 경우 5년물 유로 미드스왑에 13bp를 더한 -0.053%였다. 달러채 가산금리는 지난해 50bp에서 올해 25bp로, 유로채 가산금리도 작년 35bp에서 13bp로 각각 낮아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의 가산금리다.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기재부는 당초 외평채 발행을 9월 초로 계획했다. 투자자들이 여름 휴가 후 투자를 재개하는 데다가 발행 여건이 양호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 정부가 앞장서서 분위기를 반전하는 것이 정책 수단으로서 외평채의 역할이라고 판단한 정부는 발행 시기를 늦췄다.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테이퍼링이 가시화되고 중국 헝다 사태, 미국 부채 한도 문제, 공급 병목 및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후인 10월 외평채 발행을 시도한 배경이다.

입찰 초반 달러채권에 대해 아시아 투자자 주문을 받을 때는 중국 국경절 휴무 영향 등으로 입찰이 저조했다. 실무자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았다. 하지만 오후 4시께 유로화 그린본드 입찰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유로채 주문이 발행물량 대비 최대 7배까지 증가했고, 그때까지 부진하던 달러채 주문도 동반 호조 속에 최대 6배까지 늘어났다. 기재부는 "유로화 그린본드는 아시아 정부 최초 발행이라는 희소성이 크게 어필했고, 그린뉴딜·넷제로 등 우리 정책도 그린본드 매력을 제고시켰다"고 설명했다.

외평채 투자자 구성이 과거 아시아 지역, 신흥국 투자 펀드 위주에서 유럽 지역, 중앙은행 등 우량 투자자 중심으로 바뀐 것도 주목할 점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하고 있다. 안정성, 장기보유 위주 투자자들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외평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정받고 있고,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기재부는 부연했다.

결국 우량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발행 절차 막판에 공격적으로 가산금리를 축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기재부 관계자는 전했다.투자자들의 강한 요청으로 막판에 발행물량도 늘렸다. 당초 내부에서 계획한 발행 규모는 각각 5억 달러와 5억 유로(약 6억 달러)로 총 11억 달러 규모였다. 가산금리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다수가 주문을 유지했고, 최종 유효 주문이 달러 4배, 유로 6배에 이르렀다. 발행물량이 시장 예상만큼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간사 사이에는 물량확보 경쟁도 발생했고, 흥행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까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간사를 압박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정부는 투자자 네트워크 강화, 발행 후 유통시장 안정 등을 고려해 특히 우량 투자자가 많았던 유로화 채권을 5억 유로에서 7억 유로로 증액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