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해운 담합, 원칙대로 처리"

정무위 국감서 기존방침 재확인
업계 "8천억 부과땐 파산" 반발
趙 "과징금 규모 확정된 건 아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은 20일 국내외 해운사들의 8조원 규모 운임 담합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정위는 정해진 절차를 규정대로 밟아가고 있다”며 “해운사 운임 담합 사건은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종결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전원회의 일정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해운사도 관여돼 있어 이들이 낸 의견서가 굉장히 많다”며 “이에 대해 검토하고 심의를 준비하는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공정위는 지난 5월 HMM 등 국내외 23개 선사의 담합 행위에 최대 80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심사보고서를 각 회사에 발송했다. 이에 업계는 운임 담합이 아니라 해운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정당한 공동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해운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로 선사들이 파산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과징금은 제재 대상 기업의 재정 상태, 산업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현재 알려진 과징금 규모는 최종 결정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운사들이 공동행위를 한 기간 동안 경영 위기를 겪는 등 이익이 저조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2003∼2018년 11개 국내 해운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HMM을 제외할 경우 3조8000억원, 포함할 경우 2조6000억원”이라며 “(해운사들이) 실제로 큰 이익을 얻었는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해운사들의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운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법 개정 과정에서 공정위와 화주, 소비자 의견을 충분히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해 전체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소급 적용 조항이 포함된 이 법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공정위는 이번 담합 사건을 제재할 수 없게 된다. 이에 공정위는 “해운사 담합에 면죄부를 주는 입법”이라며 “향후 해운사 담합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가 사라질 것”이라고 반발해 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