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치열하게 전환해야 살아남는다

한국경제 창간 57th 미래를 말한다
릴레이 인터뷰 (9) 진옥동 신한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0일 서울 남대문로 신한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에서 전통 은행에 필요한 변화 방향을 말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성장 비결이 일체감, 통일성, 일관성이던 때가 있었다. 규제 울타리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온 은행들에 이런 덕목은 신념과도 같았다. 돈을 다루는 업(業)의 특성상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첫 번째고, 변화는 그 뒤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이런 생각은 화석화하고 있다. 변화에 보수적이던 은행들 사이에 ‘전환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무엇이 은행권을 뒤흔든 것일까.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빅테크 등 혁신적인 시장 참여자가 계속 등장하면서 전에 없던 시대로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덩치 큰 하나의 조직이 힘을 발휘하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의 미래 생존을 위해 더해야 할 요소로는 유연성을 꼽았다.

“구글, 애플 등 미국 실리콘밸리발(發) 혁신이 세계 산업계를 뒤흔들 때도 은행들은 안일했습니다. 기업들이 절박함에 전환을 서두를 때 뒷짐 지고 있다가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고 나서야 충격을 받았지요.”

진 행장은 “‘카카오뱅크를 써 본 고객이 신한은행을 다시 이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며 “빠르게 전환해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새로운 질서에 의해 존재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몇 년 뒤 은행이 해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은행뿐 아니라 전환에 소극적인 조직이라면 어디든 하루빨리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