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불어닥친 공모주 시장‥줄줄이 흥행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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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공모주 시장에도 한파가 찾아왔다. 1000 대 1을 훌쩍 넘겼던 기관 경쟁률은 두자릿수로 떨어졌고 일반청약에서도 흥행에 실패한 사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증시 불안정 여파로 새내기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하면서 투자 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채시라도 못 살린 아이패밀리SC
청약 경쟁률 21 대 1...투자자들 외면
유망기업으로 주목받던 리파인도 흥행 실패
오는 28일 상장을 앞둔 색조화장품 기업 아이패밀리SC는 지난 19일 일반청약을 마감한 결과 21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보였다. 증거금은 약 534억원이 들어왔다. 이 회사는 배우 채시라의 남편인 김태욱 대표가 경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63 대 1에 그쳤다.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데다 화장품 사업의 성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기관들이 많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도 지난 14~15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케이카(40 대 1)와 아이패밀리SC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희망가격(2만1000~2만4000원)의 최하단으로 결정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293개 기관 중 대부분이 희망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한 투자운용사 대표는 "올 상반기만해도 무조건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지난달부터는 업종에 따라 선택과 집중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주목받았던 백신개발회사도 한파를 비껴갈 수 없었다. 오는 22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차백신연구소는 일반청약 경쟁률이 42 대 1이었다. 수요예측에서도 206 대 1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회사는 공모가를 희망가격(1만1000∼1만5000원) 하단인 1만1000원으로 내렸음에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밖에 최근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조미료 개발사 에스앤디, 건강기능식품 제조사 프롬바이오, 중고차 판매업체 케이카도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모두 참패했다. 이들 모두 주가가 공모가 밑을 하회하고 있다. 반면 증시 인기 업종인 2차전지와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들에게는 뭉칫돈이 물리고 있다. 2차전지 부품 기업 지아이텍은 일반청약에서 경쟁률 2968 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아스플로와 원준도 각각 경쟁률 2143 대 1, 1464 대 1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달 청약을 받는 2차전지 전해액 엔켐도 수요예측에서 2000 대 1 안팎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조정국면에 진입하면서 공모주 수익률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앞으로는 흥행 기업들의 공모가는 더욱 높아지고 비인기 업종의 기업들은 공모가를 내려도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