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데뷔 앞둔 포르쉐 신형GT…"시속 300km 괴물들 온다"

911 GT3·카이맨 GT4·카이엔 터보 GT 성능 공개
제로백 3초대…최고속도 300km/h 이상
포르쉐 911 GT3, 카이맨 GT4, 카이엔 터보 GT가 트랙을 달리고 있다. 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괴물'들을 푼다. 하나같이 'GT' 마크를 붙여 최고속도가 시속 300km를 넘는 정통 스포츠카들이다.

포르쉐는 지난 19일 강원 인제스피디움에서 '포르쉐 GT 미디어 트랙 익스피리언스' 시승행사를 열고 국내 출시가 예정된 신차들 성능을 공개했다. 911 GT3, 718 카이맨 GT4, 카이엔 터보 GT가 그 주인공들이다.포르쉐는 이달 신형 911 GT3를 국내 출시했다. 현행 8세대 911인 992 모델을 바탕으로 브랜드 레이싱 DNA를 집약, 주행 성능을 극대화한 스포츠카다. 최고속도 318km/h, 제로백은 3.4초다. 통상 포르쉐의 GT 모델은 서킷 주행을 위해 동력 성능을 끌어올려 출시되는데 이번 모델은 그런 관행에서 벗어났다. 911 GT3의 최고출력은 510마력, 최대 토크는 48.0kg·m로 이전 모델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911 GT3와 카이맨 GT4가 서킷을 달리고 있다. 사진=포르쉐 코리아
그럼에도 이전 모델보다 더 빨리 달린다. 신형 911 GT3는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에서 20.8km 코스를 6분59초에 주파해 전작 대비 17초 빠른 기록을 세웠다. 한층 강화된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비결이다. 911 GT3는 거대한 스완넥 리어윙과 디퓨저 등 요소를 통해 이전 모델보다 약 60% 많은 다운포스를 확보했다. 911 최초로 앞바퀴는 20인치, 뒷바퀴엔 21인치 휠을 적용해 주행 역동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인제스피디움 트랙에 오르자 911 GT3는 '달리기 위한 차'임을 드러내듯 폭발적 가속력을 보여줬다. 출발 신호를 받고 가속 페달을 밟자 휑하던 운전석 뒷 공간이 우렁찬 배기음으로 가득 찼다. 순식간에 시속 120km를 넘긴 차량을 급감속하고 180도에 가깝게 꺾이는 코너를 통과하면서 재차 가속 페달을 밟았다.
풀 스로틀을 전개하고 약 240km/h의 속도로 직선 코스를 통과하는 911 GT3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살짝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911 GT3는 우려와 달리 안정적 모습을 유지했다. 덕분에 풀코스를 완주하는 내내 속도를 조금씩 높였고, 직선 코스에서는 속도가 230km/h까지 치솟았다.

911 GT3의 매력은 전문 카레이서도 최고로 꼽을 정도다. 독일의 유명 카레이서 팀 베르그마이스터는 "(타본 차량 중) 가장 훌륭한 양산차"라는 소감을 밝혔다. 화끈한 매력을 자랑하는 911 GT3는 국내에서도 '없어서 못 구하는' 차이기도 하다. 가격이 2억2000만원에 달하지만 출시 발표와 함께 초도물량이 동났다. 포르쉐의 출고대기 기간을 감안하면 차량 인도는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911 GT3 실내 모습. 사진=포르쉐코리아
이어 탄 차량은 미드십 스포츠카인 718 카이맨 GT4. 포르쉐의 엔트리급 모델이지만, 유일하게 차체 중앙에 엔진을 탑재하는 미드십 구조를 갖춰 운동성능이 극대화됐다. 최고출력 428마력, 최대 토크 43.8kg·m의 4L 6기통 자연흡기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속도는 302km/h, 제로백은 3.9초다. 시동을 걸자 911 GT3보다 작지만 기분은 더 좋은 배기음을 들려줬다.주행에 나서자 카이맨 절묘한 균형감을 보여줬다. 가속은 준수했고 코너링 안정감은 탁월했다. 직전에 탄 911 GT3와 비교해 헤어핀 코너에서 '덜 감속'하고 '더 가속'했지만 카이맨 GT4는 미끄러지지 않으며 노면을 꽉 잡고 달리는 느낌을 줬다. 덕분에 긴장감을 늦추고 여유롭게 주행할 수 있었다.

911 GT3가 뛰어난 동력 성능을 바탕으로 운전자의 실력을 평가하고 가늠하는 느낌이었다면 카이맨은 운전자보다 살짝 낮은 눈높이에서 기대에 충실히 부응하는 감각이었다.

카이맨 GT4가 주는 안정감의 비결 역시 다운포스에 있었다. 카이맨은 도어 뒷부분에도 흡기구를 마련해 주행 중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 에어로다이내믹 밸런스를 유지했다. 여기에 고정식 리어 윙과 디퓨저가 추가되며 최대 122kg의 다운포스를 만든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주행에서 바람이 100kg을 넘는 무게로 차량을 눌러준다는 얘기다. 바람이 차를 무겁게 눌러주는 만큼 동력 성능은 더 효과적으로 발휘되고, 슬립도 줄어든다. 카이맨 GT4의 판매 가격은 미정으로 국내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카이엔 터보 GT가 서킷을 달리고 있다. 사진=포르쉐 코리아
이어 포르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 터보 GT에 탔다. 스포츠카와 거리가 있는 SUV임에도 포르쉐에서 가장 강력한 4L 8기통 엔진을 달았다. 덕분에 최고출력은 650마력, 최대 토크는 86.7kg·m이며 최고속도는 300km/h, 제로백 3.3초를 갖췄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가 고성능을 발휘한다면 롤(좌우 흔들림)과 피치(앞뒤 흔들림) 여파에 차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르쉐는 카이엔 터보 GT의 전고를 카이엔 터보 쿠페 대비 17mm 낮췄다. 에어 서스펜션 강성을 최대 15% 높이고 댐퍼 특성과 액티브 롤 스테빌리이제이션 시스템도 새로 조정했다. 앞바퀴도 터보 쿠페에 비해 1인치 넓고 0.45도 더 기울였다. 티타늄 배기관과 카본 루프 등으로 무게도 줄였다.

덕분에 카이엔 터보 GT는 일반 주행모드에서 다소 단단한 SUV 감각을 보여준다. 주행 모드를 한 단계씩 높일수록 지상고는 낮아지고 서스펜션은 단단해져 롤과 피치를 훌륭하게 잡아준다. 스포츠 플러스 주행모드에서는 SUV가 아닌 듯, 스포츠카 수준의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다. 하체가 단단하게 받쳐줘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고 출력을 내기(풀 스로틀)에도 부담이 없었다. 카이엔 터보 GT 가격은 2억3410만원이며 올해 말 국내 출시가 예정됐다.포르쉐코리아는 올해 1~9월에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730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총 판매량인 7877대를 넘어 올해 1만대 판매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실적 전망도 밝다. 통상 6개월~1년이 소요되는 포르쉐의 출고대기 기간을 감안할 때 신형 911 GT3 등 이날 서킷에서 선보인 고성능 차량들의 본격적인 판매와 인도는 내년에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911 GT3는 초도물량이 완판되며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인제=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