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COMPANY] 디지털 치료제 시장 선구자, 페어테라퓨틱스

올 하반기 중 스팩 합병을 통한 나스닥시장 상장으로 변곡점을 맞는 미국 디지털 치료제 업체 페어테라퓨틱스의 코리 매캔 대표를 한경바이오인사이트가 단독 인터뷰했다. 디지털 치료제 업계의 선구자로서 갖고 있는 고민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코리 매캔 페어테라퓨틱스 대표
2013년 설립된 페어테라퓨틱스는 몇 가지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의 물질중독장애 디지털 치료제인 ‘리셋(reSET)’은 2017년 9월 소프트웨어만으로 치료 목적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얻으며 세계 최초의 디지털 신약이 됐다. 올 하반기엔 순수 디지털 치료제 업체로는 처음으로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전망이다.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코리 매캔 대표는 “올해로 페어테라퓨틱스는 변곡점을 맞이할 것”이라며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로서뿐 아니라 디지털 치료제를 보급하는 플랫폼으로서도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FDA가 처음으로 승인한 디지털 치료제

리셋은 알코올, 코카인, 대마 같은 물질에 대한 중독과 의존성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처방 디지털 치료제(PDT·Prescription Digital Therapeutics)이다. 스마트폰 앱 형태로 제공된다.2018년에는 아편유사제중독장애(OUD)을 적응증으로 하는 ‘리셋-O(reSET-O)’가 FDA의 허가를 받아 출시됐다. 리셋과 리셋-O 모두 단독치료제는 아니며 약물치료와 병행 시 보조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리셋과 리셋-O의 작용 기전은 본래 물질중독과 아편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던 기존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해 총 3단계로 구성했다. 인지행동치료의 전자동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학습한 개념에 대한 반복학습(fluency training), 가족구성원과 함께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하고 보상을 약속하는 치료기법(유관관리) 순이다.

매캔 대표는 “무작위 배정 임상(RCT)으로 앱을 통해 제공되는 디지털 치료제가 중독 관리 및 금욕 유지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덕분에 FDA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실제로 39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약물치료와 함께 리셋을 사용한 환자군이 금욕을 유지한 비율은 40.3%로,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군 17.6% 대비 2배 이상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페어테라퓨틱스의 솜리스트 또한 FDA가 승인한 유일한 디지털 불면증 치료제다. 지난해 3월 FDA 승인을 받았다. 매캔 대표는 “불면증에 대해 장기적인 1차 치료제로 권고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디지털 치료제로 구현한 것”이라며 “환자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학습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불면증을 치료한다”고 말했다.
페어테라퓨틱스의 주요 제품인 ‘리셋-O’. 2018년 아편유사제중독장애(OUD)를 적응증으로 하는 ‘리셋-O(reSET-O)’가 FDA의 허가를 받아 출시됐다. 리셋과 리셋-O 모두 단독치료제는 아니며 약물치료와 병행 시 보조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2만 건의 처방…계속 증가 중미국에서 가장 먼저 FDA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 리셋과 리셋-O는 얼마나 처방됐을까.
회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처방된 건수는 리셋과 리셋-O를 합쳐 2만 건 정도다. 처방한 의사는 700명, 처방하는 의료기관은 15곳이다. 미국이 거대 의료제약 시장인 것을 감안하면 처방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매캔 대표는 “지금까지 800명 이상의 임상의에게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교육을 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처방 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처방 건수 또한 매일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2만여 건에 이르는 처방 건수에 대해선 “페어테라퓨틱스는 디지털 치료제 업계 선구자로서 대중에게 PDT(처방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알리기 위한 교육팀을 구성하고 배치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보험 문제도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캔 대표는 “현재 PDT에 대해 30개 보험사가 지원해주고 있다”며 “지속적인 확대로 보험사뿐 아니라 공공의료 차원에서도 지원이 나오는 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치료제의 플랫폼 사업자 노린다

“10년 후인 2030년이면 PDT가 대부분의 질병에서 1차 표준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디지털 치료제의 전망에 대해 매캔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일부는 의약품과 함께 쓰이지만, 또 일부는 단독요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캔 대표는 PDT 시장이 2030년까지 2500억 달러(약 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성 관리가 필요하거나 다양한 정신질환에서 1차 표준 치료제로 PDT가 부상한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그는 “페어 외에도 다양한 회사에서 만든 디지털 치료제를 서비스하는 페어 커넥트(PearConnect) 상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의학 외에도 신경학, 종양학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디지털 치료제를 이 위에 얹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선구자 자리를 넘어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페어테라퓨틱스는 미국 외 지역으로 디지털 치료제의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매캔 대표는 “미국 외에 허가 당국의 승인을 받은 곳은 싱가포르가 유일하다”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우리 회사의 치료제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회사정보
설립일 2013년
상장 여부 올 하반기 중
주요 사업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처방 디지털 치료제(PDT) 개발 및 서비스

유일무이한 선구자, 성과는 지켜봐야
by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현재 FDA에서 인허가받은 3개의 디지털 치료제를 보유한 유일한 회사다. 2017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인 ‘리셋’을, 2018년 ‘리셋-O’, 지난해에 ‘솜리스트’를 허가받았다. 현재 조현병 등 추가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업계 최초로 나스닥 시장에 IPO를 발표했으며,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2만 건 이상의 처방을 기록했고, 2023년까지 15만 건 이상의 처방이 목표다. 아직까지는 실적이 저조해 향후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 이우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