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출범한 탁구협회 유승민 회장 "타이밍이 중요했습니다"

늘어난 경기 수 외에 기존 실업 시스템과 큰 차이 없다는 지적
유승민 "떨어져 가는 경쟁력·높아진 관심…프로리그로 선순환"
"(새 운영 단체도 없이) 이게 프로화가 맞나? 하는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 하지만 절차보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21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 강남에서 열린 '한국프로탁구리그 타이틀스폰서 협약식'에서 내년 프로탁구리그 출범을 공식화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발표된 프로탁구리그 운영 계획을 보면 '프로'라고 불리기에 부족해 보이는 부분이 매우 많다. 우선, 리그가 연고지 없이 홈 앤드 어웨이가 아닌 중립구장에 모여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중계를 할 방송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각 구단의 리그 참가비, 샐러리캡 등도 없다. 각 구단과 선수들 사이 계약도 기존 실업 계약 그대로다.

리그를 운영할 새 주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존 한국실업탁구연맹(실업연맹)이 프로리그 운영 실무를 맡고 실업연맹과 탁구협회가 함께 만드는 '한국프로탁구위원회'가 리그 운영을 감독하는, 다소 모호한 구조로 리그가 운영된다. 하지만 유 회장을 비롯한 탁구협회·실업연맹 지도부는 프로리그 출범이 '작지만 큰 발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유 회장은 "절차보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탁구가 드러낸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려면 프로리그 출범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는 등 한국 탁구는 국제대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신유빈(대한항공) 등 유망주들의 등장으로 탁구를 향한 관심은 커진 상태다.

선수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한 시즌에 걸쳐 꾸준히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프로리그'라는 시스템을 지금 갖추면 한국 탁구에 발전의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유 회장의 생각이다.

유 회장은 "당장 많은 게 바뀌지 않는다.

각 구단은 하던 대로 팀 운영을 하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게임을 소화하면 된다"면서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고 실상에 맞게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
유 회장과 함께 프로리그 출범에 앞장선 다른 탁구 레전드들의 생각도 같았다.

유남규 실업연맹 부회장은 "한국이 세계 정상에 가까웠던 2000년대 초반 프로화를 이루지 못한 게 늘 아쉬웠다"면서 "아직 '정식 프로'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2년 정도 운영하다 보면 틀을 갖춰 나갈 것이다.

(이번 프로 출범은) 한국 탁구가 다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수 탁구협회 전무이사는 "프로화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가면, 한국 탁구가 국제무대에서 국민들께 다시 감동과 환희를 선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