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발길 뚝 끊긴 동두천, 그래도 집값 안 떨어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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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대상지역 지정 후 거래 감소"지난 8월 동두천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확실히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크게 조정되진 않았습니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경기도 동두천시 A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
가격 조정 거의 없고, 되레 집값 실거래 오르기도
"집주인들 높은 호가 유지, 실수요자 유입 지속"
경기 동두천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식었다. 비규제지역이라는 매력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재로 한때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이 밀려들었던 동두천시는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이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하지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지 않아서다. 높은 수준의 호가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받아내면서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묶인 이후 집값 조정 크지 않아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호선 지행역 인근에 있는 현진에버빌 전용 90㎡는 지난 7일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6일 거래된 4억4000만원과 같은 가격에 이달에도 실거래가 이뤄졌다.송내동에 있는 송내주공4단지 전용 59㎡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이후인 지난달 4일 3억원에 거래됐다. 전월 손바뀜한 2억8000만원보다 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같은 동에 있는 아이파크 전용 101㎡도 지난달 3억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전월 3억9100만원보다 100만원 낮게 거래가 됐다.
생연동 에이스아파트3차 전용 84㎡도 지난 14일 2억1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 8월 기록한 2억2000만원보다 5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동두천시는 지난 8월30일부터 조정대상지역으로 묵였다. 올 1~7월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0.3% 증가했고, 아파트 가격도 올 들어 7월까지 14.6% 치솟았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송내동과 지행동, 생연동, 보산동, 동두천동, 상패동 등 일부 동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집값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 구간은 30%로 제한되는 등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1가구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실거주 2년 요건, 다주택자 중과세 등도 적용된다.
"집주인들 호가 안 낮춰, 실수요자 유입 지속"
동두천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큰 폭으로 조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동두천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동두천시 지행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 자체는 잠잠하다. GTX 호재 등이 알려진 이후 뜨거웠던 분위기와는 정반대"라면서도 "급등한 집값이 쉽게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물건을 죄다 쓸어가서 매물이 없는 데다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질 않으니 집값이 크게 조정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공급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일선 공인 중개 관계자의 설명이다.과거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실수요자들의 발길이 꾸준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생연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동두천시가 급등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도권 아파트값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라며 "양주시 등에서 동두천으로 오는 실수요자들이 찾고 있다"고 했다.
한편 동두천 집값은 오르고 있지만 상승 폭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동두천시는 지난해 10월 셋째 주(19일) 0.01% 상승을 시작으로 52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 2월 셋째 주(15일) 0.82%로 올해 주간 기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소폭 조정이 진행되다 지난 8월 넷째 주(23일)에도 0.63%로 큰 폭 뛰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같은 달 30일 이후부터는 상승 폭을 점차 낮춰 이달 둘째 주(11일) 기준 0.10%까지 낮아졌다.
동두천=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