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만을 지킬 수 있을까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illiam A. Galston WSJ 칼럼니스트
서방 세계는 총 한 발 쏘지 않고 냉전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중국과의 대결에서는 이 같은 ‘해피 엔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최근 중국 전투기가 대만 근처를 비행하면서 대만해협에 전운이 감돌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적 대결에서 긴장감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군사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늘려 왔다. 지난 10년간 중국의 군비 지출은 7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군의 전투 능력은 크게 향상됐다.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 미군이 대만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미국 군사전문지 디펜스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존 하이튼 미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한 행사에서 작년 10월 실시한 워게임 훈련에서 미군이 패배한 사실을 인정했다.

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부각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을 ‘쇠퇴하고 분열하는’ 강대국으로 규정해 왔다. 중국은 미국이 해외에서의 무력 사용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질서하게 철수하면서 이런 생각은 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 대국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중국의 성공적인 대만 침공이 이제는 가능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국장인 마이클 스투드먼 해군 소장은 “(중국의 대만 침공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앞으로의 중국과 대만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린다.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대만 침공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으며 중국 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경제적 피해가 상당할 것이고 미국 편에 설 국가가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비관론자들은 시 주석이 중국 통일이 긴급한 일이라고 말한 데다 중국에서 민족주의 물결이 커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대만 문제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미국이 만약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하겠다고 공식 발표한다면 1972년 미·중 상하이 성명과 1979년 미·중 수교 과정에서 체결한 조약을 깨뜨리게 된다.

대만 방어 능력 향상시켜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정책이 유통기한이 다 됐다고 말한다. 대만을 방어하겠다는 공식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군사 행동을 고려할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만 방어책을 밝혀야 중국의 군사 행동을 억제할 수 있다.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세스 크롭시 연구원은 미 해군이 최근 벌이고 있는 군함 매각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소형 군함 여러 개를 건조하기 위해 낡은 대형 군함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미국을 안보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해군 함대의 대부분을 유지하고 관련 예산을 연간 30%가량 늘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미국과 동맹국은 대만의 방어 능력을 향상시키고 대만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미·중 간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미숙한 전략적 판단, 상호 간 잘못된 인식은 우리를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은 쇠퇴하고 있으며 대만을 방어할 의지와 수단이 없다’는 중국의 생각을 바꿔놓지 못한다면 말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ill America Come to Taiwan’s Defens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