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실기시험 넉달째 '스톱'…예비 사장님 '울상'

현장리포트

창업 늦어져 생계부담
"창업자금으로 쓰려던 퇴직금
생활비로 줄줄 나가" 발동동

코로나 탓 올 시험 10회 취소
"인원 줄여서라도 시험 재개를"
“창업비용으로 쓰려던 퇴직금인데, 생활비로 줄줄이 나가고 있어요. 자격증을 못 따니까 가게도 열 수 없어 답답합니다.”

고모씨(29)는 예비 창업자다. 다음달 초 피부관리숍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직 사업자 등록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지난 7월부터 피부 미용사 국가기술자격증 시험이 중지돼 자격증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씨는 “8월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는데, 석 달째 손가락만 빨면서 실기시험이 재개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단된 피부·메이크업 시험

21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국가기술자격 시험 중 피부·메이크업 미용사 자격증은 올해 10회밖에 실기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이 시험은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23~25회 시행됐지만 코로나19 탓에 지난해에는 9번, 올해는 10번 시험이 취소됐다. 올해는 지난 7월 중지된 이후 아직까지 재개되지 않았다. 언제 다시 시험을 치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에 따라 매년 2만 명 안팎 배출됐던 자격증 취득자도 급감했다. 지난해엔 1만2940명, 올해는 9769명이 시험에 합격하는 데 그쳤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피부·메이크업 미용사 실기는 응시자들이 시연 모델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는데, 문제는 모델들이 방역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마스크를 벗는 게 불가능해 아예 시험을 중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시험만 바라보던 취업·창업 준비생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씨는 “지난 5월 직장을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 2000만원도 얼마 남지 않았다”며 “창업에 필요한 화장품 재료와 인테리어에 쓸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아직 창업을 하지 않은 만큼 이들은 사업자 대출도 받을 수 없다. 지난 6월부터 피부 미용사 자격증을 준비한 서모씨(26)는 “시험 인원을 줄여서라도 실기시험을 진행하면 좋겠다”며 “영화제 같은 행사도 재개했고, 유흥가에는 사람이 늘어나는데 왜 자격증 시험만 열리지 않는지 속이 탄다”고 했다.

피부·메이크업 미용사 자격증 시험이 언제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향후 위드 코로나 전환 등 정부 방역정책을 고려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자본 창업자가 대부분

피부·메이크업 미용사 자격증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본이 적은 소규모 창업자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대표는 “카페 프랜차이즈를 열려면 2억원씩 드는 반면 피부관리, 왁싱숍 등은 5000만원 내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다”며 “한부모 여성가정이나 경력단절 여성이 가장 많이 찾는 창업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통계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용업 등 기타 개인 서비스업은 평균적으로 6900만원의 창업 비용이 든다. 창업자 중 46%는 5000만원 미만으로 창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9300만원), 숙박 및 음식점업(1억400만원)보다 창업 비용이 적어 상대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창업자가 많이 택한다는 얘기다.

다른 직종 대비 매출원가도 적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타 서비스업의 경우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17%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파리바게뜨 같은 프랜차이즈는 매출원가가 51% 수준”이라며 “자본이 없는 창업자가 기술 자격을 취득해 서비스업에 많이 도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