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익위·감사원, 정파이익 대변해선 안 된다 [사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국정감사장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위원장은 국감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 무료 변론 의혹’과 관련해 “지인이나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주무기관장의 대국회 답변이어서 권익위의 ‘변명성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넘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 위원장 발언은 부정청탁금지법의 취지와 목적을 무색케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직자에 대한 청탁은 대부분 주변 인사나 평소 잘 아는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도 ‘지인·친구끼리는 괜찮다’고 하면 이 법은 왜 만들었으며, 누가 지키라는 것인가. 지인이나 가깝다는 것도 추상적일 뿐, 사람마다 다르고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객관적 기준도 없다. 더구나 ‘금품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규정한 이 법 제2조를 보면 무료 변론은 명백히 수수금지 대상이다. 이 후보가 2018~2020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으면서 로펌 10여 곳의 변호사를 동원한 과정에서의 변론 비용은 여야 간에 첨예한 논란거리다.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인 ‘이 후보 무료 변론’ 논란과 떼어놓고 봐도 문제 소지가 다분한 발언이다. ‘학생이 교사에게 캔커피 하나 건네도 법 위반’이라며 갑론을박한 게 얼마나 됐나. 친분이 있다고 이 법의 예외가 된다면 공직자에겐 무료 변론하겠다는 변호사가 줄을 설 것이다. 반부패의 큰 축을 담당하는 주무기관 수장이 법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나 감사원은 말할 것도 없고, 권익위·검찰 같은 국가기관은 말 그대로 독립성과 자율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듯한 행위는 절대 금물이며 오해를 받아서도 안 된다. 국정의 심판이거나 사정시스템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워치독(watch dog)’은 5년 임기 정부와는 적절한 거리를 둬야 기관이 산다.

‘대장동 게이트’ 검찰 수사가 의심받고 시종 특검 불가피론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헌법이나 독립된 개별법에 따라 설치·가동되는 국가기관 수장은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해도 직접 청와대 지휘를 받지 않는다. 검찰도 정부조직법 안에 있지만 임기제 총장을 두고 ‘성역 없는 수사’ ‘살아 있는 권력 감시’를 불문율로 지향하지 않나. 반부패·사정 담당 국가기관이 바로서야 공직이 건전해지고, 투명사회 기반의 국가발전도 가능해진다. 이들이 ‘같은 편’에 더 엄할 때 정부 신뢰도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