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톱50 중 22社가 신사업 '무장'…"주가 재평가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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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한국 알파기업, 수년 내 주가 퀀텀점프"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올 들어 90%가량 올랐다. 최근 6개월간 상승률은 65%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속한 건설 업종 상승률보다 훨씬 높다. 올해 KRX 건설지수 상승률은 28%대였다. 건설 업종을 뛰어넘는 주가 재평가가 이뤄졌단 뜻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탄소제로화 사업이 시장에서 호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까지 관련 EPC(설계·조달·시공) 수주 기대가 크다. 신사업이 기업가치 재평가를 이끄는 ‘알파기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현대차 로봇·수소·미래차 등
"미래가치 제대로 반영 안돼"
코스피 1년 선행PER 10.9배
나스닥 평균 25배보다 낮아
50개사 중 22개사가 알파기업
국내 대기업들은 속속 알파기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 신사업 등을 통해 또 다른 진화를 시도 중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사(우선주 제외) 중 22개사를 알파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가장 변화가 크게 일어나는 업종은 자동차·화학·철강·조선 등 중후장대 업종이다. 화학업체들의 변화폭이 컸다. LG화학은 일찌감치 2차전지주로 자리 잡았다. 중소형 화학주들도 첨단소재나 2차전지 등으로 둥지를 옮겼다.
자동차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장은 물론 로봇, 도심항공(UAM) 수소차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대모비스·한온시스템·만도 등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주들도 이에 발맞춰 미래차 부품·자율주행 기술로 재무장하고 있다.수소는 한국 알파기업들의 공통분모가 됐다. 철강주인 포스코, 조선주인 한국조선해양, 화학주인 롯데케미칼, 지주사인 삼성물산과 SK 모두 수소를 신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자력 업체인 두산중공업도 수소에너지 업체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래 청사진만 보여주는 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주들도 확장 영역을 갈수록 넓히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메타버스,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대표적 규제산업이었던 통신주들도 알파기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모두 인공지능(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대표주인 반도체도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비메모리반도체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중 비메모리반도체의 기여분은 약 3% 내외다. 내년엔 7%, 이후엔 두 자릿수로 올라설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상무)은 “이 비중이 커질수록 삼성전자는 비메모리반도체 밸류에이션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韓 기업 재평가 시기 온다
한국 기업들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밸류에이션은 예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11.7배)보다도 낮다. 신사업은커녕 늘어난 이익 규모조차 반영이 안 되고 있다는 얘기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의 12개월 선행 PER도 20배 수준으로 나스닥지수 전체 평균(25배)보다 낮다.화학 철강주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포스코의 12개월 선행 PER은 2019년 말 8.5배에서 20일 기준 5.0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도 7.8배에서 5.6배로 낮아졌다. 신사업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주도 미래 밸류에이션을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적 업종이다. 현대차는 2019년 말 12개월 선행 PER이 8.0배에서 현재 8.6배로 변화가 거의 없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 주가 수준은 미래차 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 수준”이라며 “전기차 시장 내에서 경쟁력 등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재평가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통신주도 신사업을 내놓는 게 무색할 정도의 주가 수준이다. SK텔레콤의 12개월 선행 PER은 2019년 말 12.6배였지만 지금은 7.6배로 내려앉았다. SK텔레콤은 인적분할을 통해 신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오랫동안 주식시장에서 거래돼 왔고, 과거 기업 이미지가 강한 곳들은 신사업으로 바뀌었는데도 제대로 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런 기업들은 분할 등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를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가시화하고 이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치솟았다. 2차전지 소재주들은 12개월 선행 PER이 60~70배 수준으로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