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봉→원전 옹호…정재훈 한수원 사장 입장 바뀐 이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연이어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이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선봉에 서왔던 정 사장이 잇따라 원전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탈원전 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소신발언이라는 평가와 본인의 과오를 덮기 위한 면피성 발언이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정 사장은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정부 정책이나 전력 수급을 떠나서 원자력 생태계 만을 따져본다면 한수원 CEO로서는 신한울 3·4호기가 건설 재개가 돼서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과방위 국감에서도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국회와 정부가 새로운 결정을 내리면 후속 조치를 성실히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정 사장이 정부 탈원전 정책의 주요 논쟁 사안이었던 신한울 3·4호기를 다시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사계획인가가 계속 지연돼 왔다. 결국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신한울 3·4호기가 제외됐다.

현재 신한울 3·4호기는 공사계획인가가 2023년 12월로 연장돼 있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권을 취득한지 4년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을 받지 못하면 발전사업이 취소된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가 지난 2월 공사계획인가를 연장하면서다.

발전사업이 취소될 경우 향후 2년간 한수원의 발전사업 권한이 박탈되고, 현재 한수원이 추진중인 재생에너지사업도 불가능해진다는 점도 고려됐다. 당시 산업부는 공사계획인가 사유에 대해 사업 재개가 아닌 취소 시 발생할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지난 20일 국감에서 현 정부의 원전 폐쇄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게 되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냈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 사장은 “(원전 없이 탄소중립 달성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재까지 나와 있는 기술로 보면 2050년 ‘넷제로(net zero·탄소 순배출량 0)’로 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탄소중립을 위해) 확정되지 않은 기술보다도 SMR(소형모듈원자로)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 사장의 행보에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소신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일각에선 월성 1호기 원전 폐쇄 등 탈원전 정책의 위법성을 감안한 면책성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권 교체기에 ‘난 소신 있게 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과 관련해 정 사장이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가 중단되기 전 약 7900억원이 투입됐는데, 이 중 4927억원은 두산중공업이 원자로 설비 제작 등에 투입한 금액이다. 건설이 아예 취소되면, 두산중공업은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정 사장의 업무상 배임 문제에 대한 다툼이 불가피하다.정 사장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가동중단 지시를 받고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을 한 혐의(배임)로 지난 6월 기소된 상태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