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직원 직고용한 건보공단 "정부가 재정난 지원해달라"

건강보험공단과 보건복지부가 내년 12월 말 일몰이 예정된 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을 항구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매년 적자 폭이 커지는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은 콜센터 직원을 소속기관을 통해 직고용하기로 하면서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두 기관은 국회와 협의해 현행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한시적으로 정해진 건보 국고지원 기간 규정을 폐지하는 쪽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은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은 2022년 12월까지"라는 일몰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정부 지원 일몰조항을 없애는 등 안정적 국고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고 지원은 결국 건보 재정난을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고는 결국 국민이 내는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 의료비 급증으로 건보 재정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덜 수 있지만 세금과 보험료를 주로 내는 근로연령대 국민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규정은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부터 시작됐다. 의약분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의사들을 달래려고 의료수가(의료서비스 제공 대가)를 올리면서 건보 재정이 악화하기 시작했고, 재정이 고갈될 위기에 이르자 2007년부터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을 만들어 지원을 시작했다.

이 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된 뒤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다시 5년 더 늦춰졌다. 이 규정에 따라 정부는 해마다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에 지원하고 있다. 건보 재정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은 일반회계에서, 나머지 6%에 상당하는 금액은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건보 재정은 아직 누적 적립금이 18조 원가량 되지만, 장기적 재정 전망은 밝지 않다. 초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계의 의료비 씀씀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건강보험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하면서 건보 재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율을 크게 높였지만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를 보면 건보 재정적자 폭은 2023년 3조8000억원, 2027년 7조5000억원 등으로 커진다. 건보 적립금도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11조5000억원으로 줄어든 뒤 2026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분석했다.

지난 21일 건보공단 콜센터 직원을 직고용하기로 한 결정도 건보 재정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현재의 예산 범위 내에서 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협의 과정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의견에 따라 재정 소요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