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탈레반과 관계 강화 본격 행보…외무 장관 첫 방문

340억원 인도적 지원…국경 통제 완화 등 교역 증진 약속
파키스탄이 이웃 아프가니스탄에서 새롭게 출범한 탈레반 과도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탈레반과 끈끈하게 유대를 이어왔으며 이번 과도정부에도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돈(DAWN)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샤 마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했다.

탈레반의 지난 8월 15일 아프간 재집권 성공 후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이 현지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에는 카타르와 우즈베키스타의 외교부 장관이 아프간을 방문한 바 있다.

쿠레시 장관은 카불 도착 후 "아프간에 50억루피(약 340억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며 양국 교역 증진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또 쿠레시 장관은 국경 검문소 통제를 완화하고, 양국 간 항공편 운항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파키스탄국제항공은 탈레반 재집권 후에도 이슬라마바드-카불 노선을 유지했으나 최근 항공요금 문제로 탈레반 당국과 이견을 보인 끝에 관련 노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차만 등 양국을 연결하는 주요 검문소도 지난 몇 주간 통제되면서 아프간의 과일 수출 등이 막힌 상태였다.

쿠레시 장관은 국경 통제로 어려움을 겪은 아프간 과일 생산업자를 위해 아프간산 과일과 야채에 대해 면세 조치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과거부터 탈레반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달 15일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에서도 "탈레반이 합법 정부를 구성하고 (포괄적 정부 구성 등) 그들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며 탈레반에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탈레반이 1990년대 중반 결성 이후 파키스탄의 군사 지원 속에 급속히 힘을 키워나갔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파키스탄에 사는 파슈툰족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에서 양성한 '학생'을 탈레반 전사로 꾸준히 지원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