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그 다음을 내다봐야”…33살 CEO의 10조원 기업 비결

앰플리튜드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테크 기업입니다.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해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알려주죠. 상장 전부터 세콰이아 캐피털과 텐센트,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같은 '큰손' 들이 점찍어 놓은 곳이기도 하고요. 지난 9월 상장 당일(28일) 시가총액 8조원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앰플리튜드는 한달 새(10월 22일 기준) 주가가 40% 올랐습니다.

미국 나이 33세의 스펜서 스케이츠 앰플리튜드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특유의 통찰력으로 기업을 궤도 위에 올린 인물입니다. 그를 미국 현지에서 만나 앰플리튜드의 비전과 전략, 그리고 그가 내다보는 산업의 미래에 대해 단독 인터뷰했습니다.인터뷰 영상은 https://youtu.be/91siFsH1XOo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상장날 뵙고 두 번째 만남은 이렇게 온라인으로 하게 됐습니다. 먼저 앰플리튜드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앰플리튜드는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조종석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개발자들이 구축한 웹과 앱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또 사용자가 웹과 앱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분석해주는 도구와 같은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고객사들이 넷플릭스와 페이스북이 하는 것과 같은 분석 툴을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Q. 나스닥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71억달러, 한화로 8조원에 가까운 성공적인 데뷔를 했습니다. 이런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던 배경, 어떤 결심의 계기도 궁금합니다.


2011년에 소나라이트(Sonalight)라는 회사를 창업했었습니다. 아이폰의 시리처럼, 텍스트 메시지를 음성으로 인식하는 기술을 가진 회사였습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말을 걸어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필요한 기술이었죠. 그런데 이 사업을 하면서, 당시 우리는 제품을 통해 들어오는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줄 수 있는 도구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데이터 분석이라는 사업이라는 데에 진짜 큰 기회가 있겠다고 그 때 느꼈고, 한동안 내부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위한 솔루션을 구축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많은 회사들이 우리와 같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웹사이트나 앱을 개발한 모든 사업자들은 데이터를 통해서 사용자들이 웹과 앱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합니다.

그때 저희가 그런 사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셈이 된 겁니다. "저기,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석 인프라를 만들어보죠." 그 때가 2012년이었고, 2014년에 앰플리튜드를 열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 거죠.

Q. 그런데 앰플리튜드는 일반 기업공개가 아니라 직상장 형태로 나스닥에 상장했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가장 큰 이유는 주식 가치 평가 문제였습니다. 전통적인 IPO에서는 상장 전에 회사 가격을 결정합니다. 많은 주식을 시장에 팔기 위해서죠. 문제는 시장에 정확하게 기반한 메커니즘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대개 IPO에서 주식 가격을 저평가당하게 되고요. 그래서 직접상장이 IPO보다 이점이 있다고 봤습니다. 앰플리튜드의 예를 들자면, 우리의 기준 가격은 주당 35달러였지만 첫 거래에서 우리는 직상장을 통해서 주식을 50달러에 거래시키기로 했습니다. 만약 전통적인 IPO를 따랐다면 우리 주식은 굉장히 저평가된 채로 시장에 나왔겠죠.

저는 CEO로서 저희 주주에게 최선의 결과를 제공하고 주식도 저평가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식을 IPO를 통해 35달러로 파는 대신 50달러에 직상장하는 결정을 내렸고,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런 결정이 결과적으로 잘 먹혔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앰플리튜드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과 아시아지역 투자자에게 앰플리튜드의 비지니스 모델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는 구독 소프트웨어를 판매합니다. 세일즈포스나 어도비가 갖고 있는 것과 같은 모델이죠. 이들 회사에 연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거기서 수익이 발생합니다. 라이선스 계약 시 우리는 고객사에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앰플리튜드를 이용하는 방법과 같은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합니다.예를 들어 세일즈포스가 영업 부문에서 하는 것처럼, 어도비가 마케팅 부문에서 하는 것처럼 앰플리튜드는 제품개발 부문 팀을 위해 존재하는 거죠. 개발자들과 기업을 위해 저희의 구독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시장은 굉장히 넓다고 봅니다.

현재 저희는 1,28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기업들도 여기에 포함이 됩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굉장히 특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인데요. 저희는 디지털 자산 교환소인 두나무와도 거래를 하고 있고요, 디자인 악세서리 전용 쇼핑몰인 텐바이텐과도 비지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시아와 한국을 비롯해 굉장히 멋진 기업들이 저희와 함께 하고 있죠.


Q. 회사의 기회요인들을 좀 점검해보죠. 앰플리튜드 유저 그룹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편의성이나 기술력이 구글 애널리틱스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회사의 시장 경쟁력에 대해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자랑을 좀 해주셔도 됩니다.


구글애널리틱스같은 경우는 지금보다 인터넷이 훨씬 덜 복잡했던 10년 전의 인프라에 맞춰 나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어떤 페이지의 어떤 것을 클릭하고 나갔는지 정도를 분석하는 정도의 개념인데 오늘날의 디지털 앱과 웹사이트는 훨씬 복잡하죠. 그래서 사용자의 전체 행동을 끝까지 추적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웹사이트나 앱에 들어간 사용자는 거기서 나가기까지 10번에서 많게는 1천번의 다양한 작업을 합니다. 그것이 B2B 앱이든, 전자 상거래 앱이든, 미디어 스트리밍 앱이든, 매일 지속적으로 이렇게 응용 프로그램과 웹 사이트에 접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앱 개발자들은 그 사용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기능을 좋아하는지, 어디에서 막혔는지, 어디에서 좌절감을 느꼈는지, 어디에서 많은 가치를 얻었는지 이해하기를 원합니다.

좋은 예가 펠로톤 바이크(편집자 주 : 미국의 피트니스용 실내자전거 제조기업)입니다. 수 년 동안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펠로톤이 앰플리튜드를 통해 분석해낸 것 하나는 운동 중에 사회적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운동을 습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펠로톤은 이를 토대로 하이 파이브라든지 리더보드(선두그룹 기록 표시)와 같은 소셜 기능을 개발하게 됐습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펠로톤을 사람들이 가장 오래 이용하는 제품군이자 해당 시장에서 가장 참여도가 높은 피트니스 제품으로 만들어준 거죠. 우리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모든 회사들이 그런 통찰력을 찾도롤 도와줍니다. 그리고 이런 통찰력은 구글 애널리틱스나, 다른 데이터 제품군에서는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Q. 디테일을 좀 살펴볼까요. 설명대로면 아무래도 고객 행동이 앰플리튜드 사업 모델의 주 원천이 될텐데, 앰플리튜드의 고객사가 될 다른 기업들에게 고객 행동이 왜, 얼마나 중요합니까?


그럼요. 기본적으로, 이제 모든 회사들은 온라인 기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쇼핑하는 곳도 온라인이고요. TV도 온라인으로 봅니다. 제 아내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데요,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온라인에 있는 시간이 하루에 8시간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앱이든 웹사이트든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기업의 수익은 온라인에서 창출이 되고, 온라인에서 성공해야 미래 수익 성장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당연히 온라인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해하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앰플리튜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Q. 화제 전환을 좀 해볼까요. 앰플리튜드는 상장 전부터 텐센트, 세콰이아 캐피탈, 싱가포르 국부펀드와 같은 곳에서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그런 곳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합니다.


우리에게서 가능성을 본 투자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세콰이아와 관련해서는 사실 정말 대단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저희는 시리즈 C 단계에서 세콰이아캐피털의 투자를 받았죠.

세콰이아의 파트너였던 팻 그레이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투자유치를 위해 스타트업이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걸 피칭이라고 하는데, 제 피칭을 듣고난 뒤 그 분이 저희 사업에 대해 저보다 더 나은 피칭을 해주었습니다. 그 때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그의 요지는 "기존에 영업이나 마케팅 팀에서 일어났던 수익의 기반이 디지털 제품 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을 보면, 페이스북이라든지 넷플릭스라든지 아마존과 같은 이런 기업들이 모두 디지털 프로덕트 우선 회사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자사의 디지털 제품,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회사들이 그렇게 변해가고, 변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월마트이든, 아틀라시안과 같은 회사이든, 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팻(세콰이어캐피털 전문 투자자)이 실제로 제게 말했던 것이었고 그 때 저는 '와, 그 사람이 정말로 이 기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보다도 앰플리튜드가 갖고 있던 잠재력을 꿰뚫어보고 있었던 거죠.

저희에게 투자했던 텐센트와 싱가포르 국부펀드(SIC)과도 마찬가지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약 1년 전에 저희에게 투자를 했을 때 그들은 특히 이 펜데믹 시대가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온라인으로 가고 있고, 이 흐름이 더 속도가 붙을 거라는 거죠. 그들은 정말로 온라인 경제의 미래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싶었던 건데 실제로 투자할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던 중 저희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투자가 이루어지게 됐다고 봅니다.


Q.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디지털 전환이 산업계의 주요 화두입니다. 관련해 앞으로 산업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그 질문을 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산업계는 지난 20년 동안 디지털 혁신에 대해서 얘기를 해왔죠.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은 모든 기업들이 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도태되어 왔고요.

하지만 정말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전환으로 사업을 혁신한 뒤에 찾아올 겁니다. 저는, 디지털 전환 이후, 그러니까 지금의 혁신 이후에는 디지털 최적화라는 새로운 물결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변신한 후에는 최적화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앰플리튜드를 통해 저희가 하는 일의 핵심은 디지털 최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직 대다수의 기업이 디지털 전환기에 머물러있다는 점이고요. 이 과정다음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겁니다. 저희는 디지털 전환 후 그 다음 단계의 초창기에서 이 최적화를 도울 준비를 미리 하고 있는 겁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제 디지털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이 단계에서 앞으로 10년 동안은 디지털 플랫폼화라는 것이 주도적인 추세가 될 것이고요. 저희는 이 점을 기쁜 마음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러한 변화의 중추가 될 인프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니까요.


Q.마지막으로, 최근 해외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이 놀라운 점 가운데 하나는 여러 트렌드의 선두에 서 있는 나라라는 점입니다. 투자에 대해서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멋진 일이고요. 여기 미국에서는 비지니스 사회에서만 관심을 주는 부분들인데,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최신 기술을 따라가고, 최신 투자 동향이나 금융의 흐름을 따라잡는 일이 사회의 큰 부분이라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여러분이 직접 사용하시는 기술에 투자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그러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으실 거고요. 그래서 만약 정말로 훌륭하고 정말로 흥미진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고 있다면, 그것 자체가 다른 사람보다 먼저 투자를 시작하고 기회를 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2012년에 제가 앰플리튜드를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분들께도 같은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뉴욕=신인규 한국경제TV 특파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