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스냅과 트럼프미디어에서 알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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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투자자들은 모두가 나스닥만 쳐다봤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한 스냅 탓입니다. 스냅은 3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에 살짝 못 미친 10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에번 스피걸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iOS의 개인정보 업데이트가 광고 사업에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의 바뀐 개인정보 보호 규정은 사용자들이 앱의 추적을 원하는지 묻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분석 회사인 프러리에 따르면 미국 사용자 중 16%만 앱의 추적하는 걸 허용했지요. 스피걸은 이에 따라 광고주들이 광고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워지자 광고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11억7000만∼12억1000만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인 13억600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것입니다. 이에 스냅의 주가는 온종일 20%대 중반의 폭락세를 보이다가 결국 26.6% 떨어진 55.14달러에 마감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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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혼란(재료 부족) 등을 이유로 향후 최대 3년 동안 마진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인텔도 11.68% 폭락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마존(-2.90%) 마이크로소프트(-0.52%) 애플(-0.53%) 등 빅테크 주도 모두 하락했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0.82%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11% 하락했고 다우는 0.21%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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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공급망 관리가 간단한 은행, 신용카드 등 금융사들은 좋습니다. 하지만 공급망 혼란의 소용돌이에 있는 기업들은 다릅니다. 이날 산업재의 대표적 기업인 허니웰은 세계적인 공급망 붕괴를 탓하며 346~352억 달러였던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342~346억 달러로 낮췄습니다. 월가 추정 351억 달러보다 낮은 겁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분기 어닝시즌에 실적이 월가 추정치에 미치지 못한 기업은 발표 당일 주가가 평균 4.3%로 폭락해서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1, 2분에는 -2.3%에 그쳤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기업 실적이 변곡점에 선 상황에서 실적에 민감해진 투자자들이 예상만큼 돈을 벌지 못한 기업에 확실히 벌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전반적으로 경기 중간사이클 때 증시에서 발생하는 주식 차별화가 확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이날 아침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내림세로 출발했지만, S&P500 지수는 금세 오름세로 전환해 오전 10시 30분께 다시 사상 최고 기록(4559.67)을 세웠습니다. 그런 S&P500 지수가 하락으로 전환된 건 오전 11시께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오면서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원래 매우 비둘기파적이었데, 이날 발언은 중립적으로 들렸다"면서 "파월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발언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과 관련해선 “점점 축소할 때라고 생각한다. 내년 중반까지 완료될 자산매입을 시작할 궤도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지금은 금리를 인상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밤 아시아 시장에서 연 1.702%까지 치솟았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3.7bp 떨어져 연 1.638%에 마감됐습니다. 30년물은 더 큰 폭인 5.7bp 내렸고 전날 팬데믹 이후 최고치인 연 1.24%까지 치달았던 5년물 수익률도 하락해 1.201%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기준금리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2년물 금리는 2.3bp 올라 0.459%를 기록했습니다.
일부에선 이를 또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연결하고 있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다음 주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전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CNN 주최 타운홀 행사에 참석해 "법인세율이 인상될 가능성은 작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프라딜 상원 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커스틴 시네마 상원의원(민주, 애리조나) 의원이 끝까지 증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가장 큰 민주당 대선공약 중 하나인 법인세율 인상까지 어려워졌다는 건 그만큼 민주당 내 협상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일부에선 중도파 조 맨친 의원의 탈당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당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10월31일에 인프라 법안들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낸시 펠로시 의장의 계획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펠로시는 "다음 주 표결에 부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hopeful)"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프라딜의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고, 통과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라며 "이날 장기 채권 금리가 떨어진 데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프라딜 규모가 줄어들면 재정 부양 효과가 작아지고, 국채 발행량도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법인세 인상 철회가 이날 증시에 큰 호재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도 인프라에 따른 경기 부양 기대가 사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11월 초 민주당 강세 지역인 버지니아주, 뉴저지주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리더십에 누수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바이든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게 뉴욕 증시에서의 트럼프 관련주의 약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만든 소셜미디어와 합병하기로 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의 주가는 전날 400% 폭등한 데 이어 이날도 107.03% 급등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