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 中 헝다, 부동산 줄이고 전기차 중심 재편 계획[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파산 위기에 몰려 있는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이 기존 주력인 부동산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전기자동차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순응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쉬자인 헝다 회장은 전날 회사 내부 회의에서 부동산 사업 축소를 골자로 한 회사 사업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쉬 회장은 작년 7000억위안(약 129조원)이던 부동산 사업 매출이 10년 이내에 2000억위안(약 37조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헝다를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최근 중국 매체들은 헝다그룹이 전기차 사업체인 헝다자동차를 관련 사업을 막 시작한 샤오미에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쉬 회장의 이번 발언은 헝다차를 팔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헝다차는 2019년 설립됐으며 작년 말까지 그룹 차원에서 474억위안(약 8조8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아직 단 한 대의 자동차도 판매하지 못했다. 양산 예정 시기도 당초 올해 초에서 하반기, 다시 내년 초로 미뤄지고 있다.

쉬 회장은 또 앞으로 완공된 부동산만을 파는 후분양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들은 대체로 한국처럼 완공하기 전에 먼저 구매자들에게 선수금을 받아 건설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헝다가 자금 회전에 불리한 후분양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파산 위기가 불거지면서 헝다에게 선수금을 내가면서 집을 사려는 소비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헝다는 지난 23일로 유예기간이 끝날 예정이었던 달러화채권 이자 8350만달러(약 985억원)을 이틀 전인 21일 상환하면서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9월29일(451만달러), 10월11일(3건 총 1481만달러) 등 미지급 이자의 30일 유예도 곧 종료된다. 연말까지 추가로 갚아야 할 달러표시채권 이자도 3억3800만달러(약 3974억원)에 달한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도 74억달러(약 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지시로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금융회사들의 대출 중단에 자산 매각까지 난항을 겪으면서 헝다의 건설 프로젝트 대부분이 중단된 상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