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은 네이버 제페토, 글로벌 메타버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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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손정의 '메타버스 동맹'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구축에 5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사명까지 메타버스와 관련된 이름으로 바꿀 준비를 하고 있다. 로블록스는 비디오 게임 채팅 플랫폼 길디드를 인수했다.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를 운영하는 에픽게임즈는 10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새로운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인 메타버스 시장이 열리자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총력전이 시작된 것이다.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제페토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우려는 배경이다.
2018년에 출시된 제페토
로블록스 등에 비해 후발주자
플랫폼 충성도 확대가 1순위
日 시장이 첫 타깃될 가능성
소프트뱅크 투자로 실탄 확보
NFT 기반 경제 생태계 '탄력'
이용자 게임개발 기능도 고도화
왜 소프트뱅크와 협력하나
제페토는 해외 이용자가 90%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 이용자의 비율이 70%에 이를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로블록스(2006년 출시), 마인크래프트(2009년) 등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점유율을 높여온 반면, 제페토는 2018년 출시돼 이용자들의 플랫폼 충성도가 낮다. 이번 투자를 제페토가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보는 배경이다.제페토가 가장 빠르게 세를 넓힐 수 있는 곳은 일본 시장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이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일본에서 합작회사(조인트벤처)인 Z홀딩스를 세우고 각자 주력 서비스이던 라인, 야후재팬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본 내 지배적인 IT 플랫폼들의 ‘지원사격’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메타버스 동맹’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유망 메타버스 플랫폼에 투자를 이어가면서 페이스북, 로블록스 등 글로벌 거대 메타버스 플랫폼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복안이다. 소프트뱅크는 모빌리티 사업이 막 떠오르던 무렵인 2014~2015년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 아시아 지역에서 유망한 모빌리티 기업들에 투자하며 ‘반(反)우버 아시아 연합’을 꾸린 이력이 있다. 이에 우버는 아시아 시장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선 철수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인 최초의 거액 투자”라며 “제페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 확보로 플랫폼 고도화
제페토가 현금을 확보한 것은 회사 측에 큰 의미가 있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5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독립했다.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188억원에 달한다. 현금흐름이 부족한데도 사업 확장에 나선 네이버제트에 이번 투자가 절실했던 이유다.네이버제트는 이번 투자를 통해 제페토의 다양한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먼저 현재 구상하고 있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자체 경제생태계를 꾸리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콘텐츠 원본 증서’로 불리는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콘텐츠의 원본을 불법 복제본과 구별할 수 있게 해준다. 다양한 아이템, 콘텐츠 등을 사고파는 제페토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 8월 블록체인 스타트업 슈퍼블록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용자가 참여해 게임을 개발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 판매할 수 있게 해 인기를 얻은 로블록스를 벤치마킹했다. 제페토는 이 기능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페이스북은 이 기능을 위해 유닛2게임즈를 인수했다.콘텐츠 확충에도 더 힘쓸 수 있게 됐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BTS 소속사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으로부터 170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제페토의 콘텐츠를 확장해왔다. 지난달 네이버제트는 콘텐츠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MCN(다중채널네트워크) 벌스워크에 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하기도 했다. 벌스워크는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관리해주고 콘텐츠 영상을 제작하는 기획사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제트가 실탄을 손에 넣은 만큼 스타트업 투자, 인수 등을 통해 NFT 기반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김채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