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월드고속훼리, 20년 노하우 담긴 퀸제누비아호…'글로벌 명품 선박' 반열 올라

세계 3대 조선해운 전문지 '올해의 선박 로팩스'에 국내 첫 선정
레스토랑에 노래방까지…목포항 정박 땐 지역민 선상카페로 변신
지난해 목포~제주 노선에 취항한 씨월드고속훼리의 퀸제누비아호. 지난 7월 영국 ‘더 로열 인스티튜션 오브 네이블 아키텍트’로부터 올해의 선박 로팩스 분야에 선정됐다. /씨월드고속훼리 제공
국내 제주기점 항로 1위 연안여객선사인 씨월드고속훼리(회장 이혁영)는 지난 7월 경사를 맞았다. 국내에서 건조해 지난해 9월 선보인 ‘퀸제누비아호’가 세계 3대 조선해운 전문지 중 하나인 영국 ‘더 로열 인스티튜션 오브 네이블 아키텍트’ 선정 올해의 선박 로팩스(Ro-pax·여객과 화물을 함께 싣는 선박) 분야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건조된 로팩스 선박 중 처음이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메이저 조선소에서 자료를 제공해 평가를 받는 기존 절차와 달리 영국 본사에서 먼저 자료를 요청한 뒤 평가를 받아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며 “퀸제누비아호는 씨월드고속훼리만의 경영 철학과 신념을 담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은 작품으로, 세계적 명품 선박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전라남도 목포시에 본사를 둔 씨월드고속훼리가 국내 최고의 복합 해상운송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승객 안전이 우리의 안전이며 경영의 최우선 과제’라는 경영철학을 내세운 이 회사는 불확실한 연안 해운 환경과 제주 항로의 치열한 주도권 경쟁 속에서도 국내 동종업계 1위의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국내 최대 크기 카페리 퀸제누비아호

퀸제누비아호는 씨월드고속훼리가 2018년 정부에서 추진한 현대화펀드를 통해 건조한 신조 선박이다. 현대미포조선의 기술력과 씨월드고속훼리가 20여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길이 170m, 너비 26m, 높이 20m, 총 톤수 2만7391t 규모의 퀸제누비아호는 1284명의 여객과 480여 대의 차량(승용차 기준)을 싣고 최고 24노트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매일 새벽 1시 목포~제주행 노선을 운항하는 퀸제누비아호는 여객들로부터 안정성과 규모,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호평받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제주도민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첫 출하분을 수송하는 선박으로 채택되기도 했다.퀸제누비아호는 국내 최대 카페리답게 운항 중 이용할 수 있는 레스토랑, 편의점, 카페, 노래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또 항로에 펼쳐진 대형 파노라마식 오션뷰는 이 선박에서만 볼 수 있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씨월드고속훼리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해 전 객실 1일 2회 소독과 승선 고객 대상 발열 체크 의무화, 객실 정원 대비 소수인원 배정, 실시간 모니터링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도 노력하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는 퀸제누비아호가 목포항에 정박하는 오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선상카페 ‘더 라운지’를 운영하는 등 지역민을 위한 휴식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16년 연속 제주기점 수송률 1위

씨월드고속훼리는 1998년 운항 이래 선박사고 전무 선사로서의 영예와 더불어 16년 연속 제주기점 수송률 1위를 기록했다. 목포~제주, 해남 우수영~추자~제주 구간을 운항하며 대형 크루즈 여객선(퀸제누비아·퀸메리)과 쾌속 여객선(퀸스타2), 전천후 RO-RO(트레일러) 화물선(씨월드마린) 등 선박 다양화 및 항로 다변화로 제주 뱃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씨월드고속훼리는 지난해 기준 제주기점 선사 가운데 여객 45%(45만여 명), 차량 44%(22만여 대)를 수송했다. 물류수송 안정화에 기여한 공로로 해양수산부 선정 고객만족경영대상 총 7회 수상 및 우수선박 부문에 수차례 선정되는 등 제주 관광객 창출 기여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월드고속훼리가 국내 연안해운업계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 경영을 통한 전략적 성과관리 체계’도 기업의 지속성장과 고객만족 극대화에 이바지했다. 연안여객선사 선원 평균 급여 및 복지 1위, 전 직원 정규직 채용, 정년 연장을 통한 선·직원의 투철한 주인의식 함양 및 공동체 의식 고취 등 국내 최고의 해상 경력을 겸비한 전문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운항 지출 경비의 10% 이상을 선박 정비에 투자해 안정적인 안전관리를 실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쾌속카페리 산타모니카호 출항

지난해 3월 씨월드고속훼리의 제주~추자~진도 항로가 목포해양수산청의 여객선 신규항로 사업자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씨월드고속훼리가 국내 연안 해운업 선진화를 위해 준비해 온 진도~제주 항로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씨월드고속훼리는 이 항로에 투입하기 위한 신조 선박을 유명 쾌속카페리 조선소인 호주의 인캣(INCAT)에서 건조하고 있다. 새 선박의 공정률은 현재 70%다. ‘산타모니카호’로 이름 붙은 이 선박은 여객 700명과 차량 86대를 싣고 최고 42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다. 육지와 제주까지의 최단거리 항로를 운항하며 직항 운항 시 1시간30분에 주파가 가능하다. 산타모니카호는 ‘새로운 제주뱃길, 바다 위 KTX’라는 슬로건을 걸고 2022년 4월 취항할 예정이다.

취항에 맞춰 진도항과 추자항의 터미널 및 접안시설 공사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는 게 씨월드고속훼리 측 설명이다.

씨월드고속훼리 관계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운항이 가능해 그동안 날씨 때문에 제한되던 추자도 관광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진도에는 운림산방 등 유명관광지와 케이블카, 대형 리조트 등 즐길거리가 풍부해 제주 관광과 연계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월드고속훼리는 종합 해운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2022년 진도~제주 항로에 산타모니카호 취항을 필두로 2023년 RO-RO 화물선을, 2027년 퀸메리호 대체선을 새로 건조해 투입하기로 하는 등 선박 현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새 항로 구상에도 들어갔다.이혁영 씨월드고속훼리 회장은 “연안 크루즈 선박 운영을 위해 전남 지역 도서를 잇는 항로를 구상하고 있다”며 “남북경협 협력 사업이 재개되면 동해권(제주~금강산~원산~청진강), 서부권(제주~목포~남포~신의주) 크루즈 운항 등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