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 환경 딜레마, 이제는 ‘옛말’

환경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연구하는 것이 환경경영이다. 최근에는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를 통한 기업 발전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기업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에 옮길 전략적 방향과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한경ESG] 환경경영 ABC④
지난 9월 8일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포스코가 전시한 수소환원제철 가상 제철소 모형. 사진=포스코 제공
환경경영이 지향하는 바가 기업의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실제로는 기업의 외부 여건이 이 2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 공공재(public goods)의 특성을 지닌 환경재를 단순히 시장 기능만으로는 조절하기 어려운 외부성(externality)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정부가 개입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거나 조세, 보조금 같은 경제적 정책 수단을 도입해 시장 기능을 보완해온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해관계자의 환경에 대한 요구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 변화는 소위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소비자와 기업의 돈줄을 쥔 금융권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인간이 야기한 자연환경 파괴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기후변화를 비롯한 자연생태계의 신음소리에 대해 젊은 층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금융권도 국제사회의 목소리에 동참해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변화가 바로 최근 확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배경이기도 하다. 단순히 경제적 잣대만으로 소비나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환경경영 전략

이 가운데 환경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연구하는 것이 바로 환경경영의 영역이며,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시장 여건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실제 기업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까지 환경문제에 가급적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법규가 강화되면 마지못해 최소한의 수동적 조치를 취해온 것이 대다수 기업의 관행이다 보니 갑자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일이 왠지 낯설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더구나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그렇다면 변화의 첫걸음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이처럼 기존의 전통적 경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기업경영 여건하에서는 환경경영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의 환경적 우수성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환경 이슈가 새로운 사업 기회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환경경영이 추구하듯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를 통한 기업 발전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전제로 기업이 환경경영에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입장 정리가 필요하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전략적 방향과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 그림은 이 2가지를 종합적으로 연계해 설명하고 있다.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

그림의 세로축에서 보듯이 환경에 대한 기업의 입장은 외부 여건에 대한 ‘순응(compliance)’에 그치는 수준과 다양한 외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수준으로 대별할 수 있다. 전자는 각종 국제환경협약과 표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환경 관련 법규, 환경단체 등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기업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 관리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우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는 기업이 많았고, 특별히 문제될 게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점차 강화되는 국내외 환경규제도 문제지만 소비자를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눈초리가 매섭고 예리하다. 환경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에는 가차 없는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이에 기업은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맞춰 사회적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환경에 대해 사회적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정립한 기업의 다음 과제는 구체적 실행 방안 마련이다. 그 대안으로는 그림의 가로축에서 보듯이 ‘경쟁력 우위’와 ‘신규 사업 기회’라는 2가지 큰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존 사업에 최대한의 환경성 제고를 도모해 경쟁력을 높이거나, 친환경성이 두드러지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의 환경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경쟁 전략의 핵심인 원가 및 품질의 차별화를 환경성과 연계해 검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리(repair), 조건 변경(reconditioning), 재이용(re-use), 재활용(recycling), 재제조(remanufacturing) 등 소위 ‘5Rs’와 사후 처리 기술 및 청정 공정 기술의 개발 및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적 우수성을 지닌 신규 사업의 기회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주도권(strategic initiative), 환경친화적 제품 혁신, 새로운 활용 방법(new applications) 모색, 청정 제품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 사업을 발굴·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경영 전략 관점에서 경제성과 환경성의 조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책임 차원의 환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환경성을 고려한 경제적 수단으로 기존 사업의 경쟁력 제고 또는 친환경 신사업 발굴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환경경영의 핵심이며, 이는 기업의 주요 구성원이 미래지향적 환경 마인드를 가지고 혁신적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한 일이다.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