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장애] 점심시간 대혼돈…전국서 피해 잇따라

카드결제·배달앱 이용 제한…은행·병원도 업무 차질
재택 근무자·대학생도 업무·수업에 큰 불편 겪어
25일 오전 한때 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갑자기 불통하자 전국 곳곳에서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1시간가량 만에 네트워크 접속 장애가 복구됐지만, 서비스 중단이 점심시간과 겹치면서 카드 결제를 주로 하는 음식점과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배달 업체가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 근무자와 비대면 강의를 듣는 대학생들이 한동안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해 불만을 토로했고, 은행과 병원에서도 업무 차질 등 피해가 발생했다.
◇ 음식점 카드 결제 안 돼 현금 주고받고…손님 되돌아가기도
전국에서 KT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갑자기 끊긴 시점은 이날 오전 11시 20분께다.5∼10분 정도 지나도 복구가 되지 않자 KT 고객센터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KT 고객센터 상담원과는 전화 연결이 아예 되지 않았고 '죄송합니다.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연결되지 않았습니다.잠시 후 다시 걸어주세요'라는 안내음만 나왔다.

전국 음식점에서는 손님들의 카드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점심 장사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인천시 남동구의 보리밥 전문점 직원은 "오전 11시 30분께부터 카드 결제와 현금영수증 발행이 안 돼 손님들로부터 현금이나 계좌이체를 받았다"고 말했다.강원 춘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33)씨도 "손님들에게 '오늘 현금 결제밖에 안 됩니다'라고 했더니 서너 팀이 되돌아갔다"며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힘든데 하루 첫 장사부터 공치니 속상하다"고 인상을 구겼다.

배달 앱을 이용해 영업하는 업체들도 점심 시간대에 빚어진 KT 인터넷 장애로 곤욕을 치렀다.

인천시 남동구의 한 볶음밥 전문점 업주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만 주문을 받고 있는데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앱이 '먹통' 됐다"며 "배달원을 지정하려면 앱을 통해야 하는데 앱이 계속되지 않아 영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 재택 근무자·대학생들, 비대면 업무·강의 수강 차질
카카오톡 메신저나 네이버웍스 등 업무용 메신저를 이용하는 기업에서도 KT 가입자들의 회의 참여와 업무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다.

인천시 남동구에 사는 김모(40)씨는 "오늘 재택근무여서 집에서 일하는 중 갑자기 와이파이도 끊겨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했다"며 "와이파이는 휴대전화 인터넷이 연결되고 20분 뒤에 복구됐다"고 덧붙였다.

경기 부천시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모(29)씨도 "오전 11시 25분쯤 인터넷이 끊겼고 업무를 하지 못해 30분 이상 발만 동동 굴렀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7)씨도 "카페에서 근무하면서 메일로 중요한 서류를 보내려는데 통신 장애가 발생해 너무 당황했다"면서 "KT 와이파이를 쓰지 않는 카페를 찾아 서너 군데를 전전했다"고 했다.

이날 온라인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한양대에서는 '법과 인권' 과목의 온라인 시험을 치르던 중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는 일도 벌어졌다.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 컴퓨터만 문제인 줄 알고 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식은땀이 났다"며 상황을 공유했다.

또 줌 등 온라인 회의 플랫폼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강의에는 온라인 결석과 휴강이 속출했다.

학교나 교수·교사 등이 KT망을 쓸 경우는 휴강해야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수강생이 KT 가입자인 경우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 은행도 통신 불통…병원 수납 안 돼 긴 대기줄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은행도 통신 장애로 1시간가량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KT 전화망을 쓰는데 1시간가량 전화가 먹통 돼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며 "'00페이'를 사용하는 고객들도 점심시간에는 사용이 안 돼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업무 중 막간을 이용해 의료기관을 찾은 이모(33)씨도 수납창구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이씨는 "수납 대기 번호는 계속 올라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번호가 줄지 않아 문의해보니 통신장애로 수납을 할 수가 없다더라"라며 "현금이라도 내고 오려고 했는데 전산시스템 먹통 탓에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일부 병·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현금 결제나 계좌 이체를 요구하거나 다음 진료 때 이날 진료비를 내 달라고 부탁하고 귀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강남구의 한 개인병원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청구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아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약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옆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동근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처방전을 받아온 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혼란이 빚어졌다"며 "40∼50분 정도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 KT "디도스 공격→설정오류" 정정 발표…당국 원인 조사
KT는 이날 인터넷 장애 발생 원인을 처음에는 디도스(분산 서비스 거부·DDoS) 공격을 지목했다가 2시간여 만에 '설정 오류에 따른 장애'라고 입장을 정정했다.

KT는 2차 공지에서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며 "정부와 함께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경찰은 시스템 오류나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경기 성남에 있는 KT 본사에 사이버테러팀을 보내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KT 본사로 빨리 갈 수 있는 경기남부청에 상황 파악을 맡겼고, 경기남부청 사이버테러팀이 곧바로 출동했다"며 "일단은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박영서·최종호·최현석·이정현·김잔디·최은지·손현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