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바이오 “우신클, 신약개발 장터·매출 도약의 전환점”

천병년 대표 인터뷰
초전도체를 이용해 화합물 등의 구조를 분석하는 핵자기공명(NMR) 장비와 천병년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우정바이오신약클러스터(이하 우신클)’를 신약개발 전문가들의 놀이터이자 장터로 만들겠습니다. 나아가 우정바이오의 매출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을 믿습니다.”

지난 21일 화성시 동탄 우신클에서 만난 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와 같이 밝혔다.우신클은 국내 최초 민간 바이오 산업집적단지(클러스터)다. 국내 신약개발 환경을 개선하고자하는 천병년 대표의 신념을 담은 숙원사업이다. 우정바이오는 이달 1일 우신클 준공식을 개최했다. 지하 6층 및 지상 15층 규모의 건물에 신약개발에 필요한 설비들을 갖췄다.

동물실험을 위한 자동화된 동물 사육장(비바리움)과 유효성평가 및 독성실험을 위한 실험실 및 장비가 공유 시설로 구축됐다. 입주 기업의 전용 사무실 및 1인 기업 등을 위한 공유사무실도 마련됐다.

"빠르고 효율적인 민간 특유의 강점 살릴 것"

천병년 대표가 강조하는 우신클의 강점은 ‘민간 주도’ 특유의 효율성 및 속도다. 그동안 국내에 세워진 수많은 바이오 클러스터는 모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주도로 설립됐다.그는 “바이오 공공 클러스터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며 “국가 주도 클러스터의 역할도 존중하지만 민간 주도 클러스터가 탄생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공공 바이오 클러스터는 국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산업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다소 비싸더라도 신속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판단이다. 공공기관 특유의 행정적 절차 등은 유연성과 속도가 생명인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천 대표는 “공공 클러스터는 설립 당시에 최신 장비를 들여놓지만 향후 업그레이드를 위한 추가 자금 투입이 쉽지 않다”며 “관리자가 자주 바뀌며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입주 기업에 전문 인력이 없으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반면 우신클은 입주 기업들에게 공용 사육장 및 각종 실험실에 대한 소정의 사용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대신 장비 및 실험실 관리를 위한 전담 인력을 갖췄다. 이들은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는 등 설비를 최신으로 관리하고 장비 사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장비를 직접 운용할 시간 및 인적 여유가 없는 기업에는 해당 실험을 대행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기술가치 평가해 입주사 선정…8개 기업 확정

바이오 기업이라면 우신클 입주 지원에 제한이 없다. 하지만 최종 입주는 기술평가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현재 우신클에 입주가 확정된 기업은 총 8곳이다.

천 대표는 “단순히 임대사업자였다면 공실을 채우는 게 급선무겠지만 어떤 기업이 입주하느냐를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연내 8개 기업의 입주를 마무리하고 내년에 더욱 많은 바이오 스타트업이 입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정바이오의 역할은 단순한 공간 및 설비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우신클은 입주 기업이 투자유치와 기술거래 등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에 대해 자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거래를 하려면 어떤 비임상 실험을 진행해야하는지’, ‘현 단계에서 자금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혹은 ‘보유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가장 적절한 기술이전 시점은 언제인지’ 등 초기 바이오벤처들이 한번쯤 맞닥뜨렸을 고민들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맞춤형 자문을 받을 수 있다.

‘프렌즈 기업’으로 불리는 업무협약사들이 우신클 입주 기업에 대한 자문 및 연계, 투자를 돕는다. 우정바이오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및 창업투자사, 민간주도형기술창업지원(TIPS) 운용사, 대학과 국가 연구소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40여곳의 기업 및 기관과 프렌즈 협약을 맺었고 앞으로 더욱 많은 협약 체결을 목표하고 있다.

3년 내 우신클 통한 3~5건 기술 거래 목표

우선적인 목표는 3년 내 우신클을 통해 총 3~5건의 기술 거래가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우신클에 입주한 기업들의 성과로 더욱 빠르게 신약개발을 위한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봤다. 우신클에 기업과 투자자가 모여들고 기술거래가 활발해지면 우정바이오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구체적인 재무적 목표에 대해서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중이다. 우정바이오의 올해 실적에서 우신클과 관련한 매출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우신클이 본격 가동된 이후에는 우정바이오 실적 도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정바이오는 신약개발 플랫폼 제공뿐 아니라 유망한 바이오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창업보육(엑셀러레이터)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이미 우신클 기술평가단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국내 및 미국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천 대표는 “아직은 투자 여력이 크지 않아 작은 규모지만 금액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엑셀러레이터로서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사업에도 우신클은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정바이오의 2021년 상반기 매출은 143억원이다. 사업 영역은 크게 임상시험위탁(CRO) 등 바이오 서비스와 감염관리 및 연구시설 구축 서비스로 구분된다.

상반기 CRO 서비스 매출은 전체의 14.5%인 약 2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다. 하반기에는 연구소 이전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주춤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향후 우신클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CRO를 포함한 전체 바이오 서비스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정바이오 매출의 약 70%는 감염관리 사업 및 연구시설 구축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다. 클러스터 및 바이오 기업에 각종 실험실을 구축하거나 장비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우신클은 연구시설 구축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신클에 구축한 최첨단 동물사육장 및 공유 실험실 등이 일종의 ‘모델하우스’로 작용될 것으로 봤다. 우신클에 입주했던 기업들이 성장해 외부에 별도의 실험실을 구축할 때에도 익숙한 실험실의 구축을 우정바이오에 의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천 대표는 “우정바이오가 이윤을 추구하는 만큼 우신클의 효율성은 증대될 것”이라며 “시장 경제 원리에 기반해 최고급 시설 및 서비스로 가치를 돌려주며 역동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