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늘수록 손해"…제 살 깎는 단건배달

배민·쿠팡이츠, 출혈경쟁 심화

중개수수료 깎아주는 프로모션
상대 눈치 보며 기약없이 이어져
건당 3000원·月 300억가량 손해

묶음배달보다 라이더 비용도 늘어
“늘어나는 주문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처지입니다.”

빠른 속도로 배달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아가는 단건배달이 배달앱 업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단건배달의 원조 쿠팡이츠가 출혈 경쟁을 벌이면서 회사별 월 손해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건배달이 늘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여서 “주문이 늘어날수록 고민도 늘어난다”는 배달앱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건배달 늘수록 적자 눈덩이

26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민의 전체 주문 중 배민1 비중은 이달 10%를 넘어섰다. 월 1억 건 수준인 배민의 전체 주문 건수 중 1000만 건은 단건 배달이라는 얘기다. 특히 서울에선 배민1 비중이 30%를 돌파했다. 연내 배민1 주문은 전체의 15%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츠는 모든 주문이 단건배달이다.

겉보기엔 서비스가 안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얘기가 다르다. 주문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단건배달은 3~5건을 합쳐 배달하는 묶음배달에 비해 라이더의 동선이 길어져 라이더가 더 많이 필요하다. 배달앱이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배달앱들은 요금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배민1 서비스 요금은 ‘건당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점주와 소비자가 함께 부담) 5000원’. 경쟁사인 쿠팡이츠가 책정한 요금과 같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애초부터 이 요금 수준을 내세운 건 아니다. 배민은 원래 중개수수료 12%에 배달비 6000원을 요금으로 정했지만 쿠팡이츠의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쿠팡이츠 또한 서비스 초기 ‘중개수수료 15%+배달비 6000원’을 책정하면서 현재 요금은 3개월 한시 프로모션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경쟁이 가열되자 프로모션을 2년 가까이 연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중개수수료 12%에 배달비 6000원 정도는 받아야 배달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단건배달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건당 평균 주문액 2만5000원을 적용하면 중개수수료 3000원에 배달비 6000원(총 900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요금과 비교하면 건당 3000원, 월 300억원(배민1의 현재 월 주문 1000만 건)의 손해가 단건배달에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데…배달앱 속앓이

단건배달은 3~5건을 묶어 배달하는 기존 방식보다 15~20분가량 속도가 빠르다. 소비자는 배달 음식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고 점주에게는 재주문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고급 서비스’인 만큼 배달요금도 올려 받아야 하지만 무한경쟁에 노출된 현실에서 배달앱 업체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라이더들은 기존 방식과 소득 차이가 크게 없지만 소비자와 점주들은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요금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런 출혈경쟁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업과 달리 라이더, 점주,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배달 시장 특성도 고민을 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문이 늘어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로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