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만원에 딸도 팔았다"…최악의 식량난 직면한 아프간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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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내전에 경제난 겹쳐…'조혼'도 횡횡20년 만에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이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했다. 내전과 가뭄,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현지 주민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25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아프간 서부 헤라트 지역을 취재해 기아에 내몰린 주민들의 참상을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헤라트 외곽에 사는 한 부모는 약 500달러(약 58만원)을 받고 아직 걷지도 못하는 어린 딸을 팔기로 결정했다. 딸을 팔지 않기를 바랐지만 다른 자녀들이 굶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설명도 보탰다.
아기의 부모는 이미 500달러의 절반 이상을 받은 상태로, 이 아기는 걸음마를 뗄 떼쯤 가족 곁을 떠날 예정이다.
같은 날 AFP통신은 아프간 서부 바드기스주의 발라 무르가브 지역의 심각한 가뭄 현상을 조명했다. 가뭄이 지속된 탓에 주민들은 키우던 가축을 팔아 연명했고, 올해 이 지역에서는 양치기 2명이 마실 물이 없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딸의 조혼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이 마을에서만 올해 20가구가 돈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어린 딸을 결혼시켰다고 AFP는 보도했다.
한편, 지난 8월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아프간은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달러(약 10조5000억원)가 동결된 데다 국제사회의 원조가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는 긴급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어린이 등 수백만명의 아프간 국민이 굶어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