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 따상상 [김석봉의 자본시장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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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올 한 해 국내 IPO 시장은 공모물량 규모와 상장 건수 측면에서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석봉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전무,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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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재무관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초과배정옵션(그린슈) 제도가 국내에서는 실제로 활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린슈란, IPO시 공모물량의 15% 범위 내에서 주관사들이 최대주주로부터 차입·확보한 공모주를 추가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주가가 공모가 이하로 형성될 경우 시장에서 매입하거나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경우 공모가격으로 신주 발행해 투자금을 상환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투자자들의 IPO 주식에 대한 수요를 증대하고, 상장 후 주가의 변동성을 줄여줘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제도변경도 있었다. 주간사가 상장 후 시장수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장내 매수시 종전 공모가의 90% 이상'에서 '80% 이상'의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변경됐다. 그러나 공모주 차입에 대한 제한 및 순매도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매수가격 산정방식은 여전히 초과배정옵션 활성화의 장애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둘째, 의무보유확약제도다. 이는 기업공개 당시 기관투자자가 배정받을 주식을 일정기간 동안 자발적으로 보유하기로 확약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는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이는 상장 후 거래되는 주식의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주고,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원인이 되며, 궁극적으로는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이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다. 주요 기관투자자들로 하여금 장기 보유를 유도해 주식의 매도압력을 낮춘다는 점에선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의무보호예수가 해제되는 시점에 많은 주식들이 몰려서 매각이 된다면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더 커다란 손해를 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발행사나 주관사는 자발적의무보유의 확약에만 의존하기보다는 투자자의 질, 장기보유 성향, 운용규모, IPO 대상 회사에 대한 가치와 성장성에 대한 전문적 견해를 신주 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가격 발견 및 장기보유를 통해 주가안정에 기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신주배정 시 우대할 수 있도록 신주배정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 또 보호예수 해제 시점을 최대한 분산해 자발적 의무보유확약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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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의 경우 수요예측과정에서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격은 물론 주문수량을 실제 배정받을 수 있는 수준보다 과장해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개인투자자는 청약증거금을 내고 청약에 참여하지만 기관투자자는 이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전문성에 기초해 기대되는 가격발견의 긍정적인 효과도 많이 떨어지고,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규모에 대해 생성된 왜곡된 정보는 개인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관투자자도 적정한 가격과 수량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절한 공모가격 산정에 기여도가 낮은 기관투자자는 신주배정에서 제외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모가격이 결정되는 시점과 주식이 거래되는 시점의 간격이 2주 정도로 상당히 긴 편이다. 이 기간이 길수록 발행사, 투자자들 모두 마켓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와 달리 일본, 대만, 홍콩의 IPO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과 개인투자자 공모 절차를 동시에 모두 진행한 후 공모가를 산정하고 있다. 일반청약과 기관청약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절차상 필요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마켓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