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이기는 길, '죽창' 아닌 기업이 해내고 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정에서 기업 역할은 새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울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모두가 경험하고 있다. 마스크·백신 제조부터, 비대면 시대 물류·배송과 공급망 유지, 순조로운 에너지·식량 수급까지 모두 밤낮을 잊은 기업 활동의 결과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어제 내놓은 ‘코로나 전후 한·미·일 업종별 대표기업 경영실적 비교’는 그런 차원에서 우리 기업의 역할과 국제경쟁력,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경총 보고서를 보면 한국 대표기업들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올해 매출이 35% 성장했다. 19% 늘어난 미국 기업을 능가하는 약진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기업 매출이 같은 기간 1.1% 감소한 것이다. 나라 밖에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반도체기업을 초청해 글로벌 공급망 전략을 짜고, 국내에선 물류대란 우려에도 생필품과 필수서비스가 별 차질 없이 공급돼온 배경이 명백해진 셈이다. 일부 대기업 중심의 한정된 성과일 수 있고, 겹겹의 규제망 속에 한국 기업이 더 매진·발전해야 할 과제 또한 쌓여 있지만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일본 기업과 비교해 보면 더 큰 시사점이 보인다. 매사 일본과 견주는 게 바람직한 접근법은 아니지만, 적어도 ‘죽창’ 운운하는 것이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님은 분명하다. 기업과 산업, 과학과 기술, 나아가 문화에서의 우열이 국가 간 경쟁을 좌우하는 시대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일본산(産)을 추월할 때 자연스럽게 ‘극일(克日)’도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가 내세우지 않아도 절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반도체만이 아니라 ‘오징어게임’ 같은 한류의 소프트 파워 파급력도 더 커질 것이다.

과거 군대와 함포를 대신하는 ‘국적(國籍)기업’을 더 많이 길러내고 응원해야 할 때다. 한국산 제품·서비스가 더 빛나고 약진해야 극일도 가능하고, 중국의 패권적 행보에도 당당히 맞설 수 있다. 정치적 계산에 의해 들쑤실 때마다 좀비처럼 살아나는 수구적 민족주의는 일본에서도 낯선 현상이 아니지만, 우리가 먼저 떨쳐내야 할 구태다. 선거 때일수록 유권자가 특별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지나치게 일본만을 경쟁상대로 삼거나 매사 단순비교하는 습관부터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 또한 과거에 발목 잡힌 퇴행적 콤플렉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이고, 상생의 협력이다. 세계를 석권하는 한국 기업이 더 많이 나와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