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北, 선결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 있다고 본다"

北, 한미연합훈련·제재 해제 요구
국정원 "北, 핵활동 재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준비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형중 1차장, 박지원 국정원장, 박정현 2차장.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이 선결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종전선언의 선결조건으로 일부 대북 제재 해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은 28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선결조건 없이 대화 나설 수 있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이 광물 수출·정제유 수입·민생 및 의약품 분야에서 제재를 해제해 줄 것과 적어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해줄 것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선결 조건들이라는 지적에 박 원장이 개인 의견을 전제로 북한이 선결조건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보고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최근 미사일 발사 동향과 관련해 지난달 28일 화성 8호 신형 극초음속미사일은 처음 발사한 미사일로서 (북한이) 앞으로 추가 시험발사가 필요하다고 볼 것으로 분석한다”며 “2018년 말 가동 중단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재가동 동향이 최근 포착됐고 영변 재처리시설도 올해 상반기 가동 징후가 식별됐다”고 전했다.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이) 대미 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9월부터 그동안의 신중 모드에서 벗어나 무력 시위와 담화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이날 북한이 날로 악화되는 경제난에 1년여간의 국경 봉쇄를 풀고 대외 교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 의원은 “올해 북·중 무역액이 지난달까지 1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북한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 용지와 특수 잉크 수입이 중단돼 북한산 종이로 임시 화폐를 찍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은 “살얼음을 걷는 심정이고 나락 한 톨까지 확보하라”며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농촌 지원에 나서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원장은 국감에서 ‘고발 사주’ 의혹의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와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에 “최근 정치권에서 본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송구스럽고,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고 하 의원이 전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