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책 최대 수혜주"…태양광 웨이퍼·모듈 1등 융기실리콘자재

세계 1위 태양광 업체
태양광 밸류체인 수직계열화 완료
상반기 매출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
중국 정부가 전방위 규제에 나서면서 중국 주식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이 중국에 투자할 적기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발언을 들여다 보면 투자의 ‘답’이 보인다는 조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단연 친환경이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은 '206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내걸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업체인 융기실리콘자재는 이같은 친환경 열풍을 타고 주가와 실적 모두 우상향하고 있다.

5년간 15배 급등


28일 융기실리콘자재는 0.80% 오른 89.12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개월간 9.93% 상승했고 연초 대비 24.64% 뛰었다. 시계열을 넓히면 상승 폭이 더 두드러진다. 최근 5년간 1455.32% 급등했다.
융기실리콘자재는 웨이퍼 세계 1위(점유율 46%·지난해 기준) 기업이다. 모듈 부문에서도 징코솔라를 제치고 1위(19%)를 차지했다. 태양광 산업 밸류체인은 △폴리실리콘 △웨이퍼 △잉곳 △셀 △모듈로 구성된다. 폴리실리콘은 원재료인 규소(메탈실리콘)를 가공해 만든다. 잉곳은 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으로 만든 원통형 덩어리다. 잉곳을 얇게 자른 것이 웨이퍼다. 웨이퍼를 포장해서 태양전지 셀을 만들고, 수십 개의 셀을 한 판에 모아 모듈을 만든다.

융기실리콘자재는 단결정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모두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해 수직계열화에도 성공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점유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투자회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융기실리콘자재의 웨이퍼 점유율이 2025년까지 5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中 정책 최대 수혜주


중국 국무원은 지난 26일 ‘2030년 전까지 탄소 배출 정점에 도달하기 위한 행동방안’을 발표했다. 비화석 에너지 사용 비중을 2025년까지 20% 안팎으로 높이고, 2030년에는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30년까지의 태양광과 풍력을 합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2억㎾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 관련주를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부동산·엔터·플랫폼 등 규제 위험에 노출된 산업과 달리 친환경 산업에는 정책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친환경 패러다임을 덩샤오핑 시대 이후 40년 만의 가장 큰 변화로 내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융기실리콘자재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세계 태양광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3% 성장할 전망이다. 박용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면서 태양광 설치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융기실리콘자재는 또 한 번 성장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융기실리콘자재는 새로운 먹거리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을 주목하고 있다. BIPV는 태양광 모듈을 건물 지붕이나 외관에 일체화해 설치하는 방식을 말한다. 융기실리콘자재는 옥상용 ‘Longi Roof’와 벽면용 ‘Longi Curtain’ 두 가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중국 기업 중 기술적으로 가장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BIPV 시장 규모는 약 2000GW로 중국 태양광 발전 설치량의 약 9배 규모”라며 “BIPV 시장의 확장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프리미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기 수익성 악화...중장기 경쟁력 여전"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제품 수입 제재를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수입 제재가 융기실리콘자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수와 미국 외 지역 수요만으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 모듈 수출 상위 10개국은 모두 유럽과 아시아 국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도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해 10월 초 ㎏당 10달러에서 최근 34달러로 1년여 만에 3.4배 치솟았다. 전력난으로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규소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진 영향이다. 폴리실리콘 가격 급등은 웨이퍼와 모듈을 주로 판매하는 융기실리콘자재에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로 융기실리콘자재는 3분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았다. 올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4.2% 증가한 211억700만위안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5억6300만위안으로 14.4% 늘었다. 지난해 3분기 순익 증가율이 51.9%에 달했던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폴리실리콘 가격이 안정화되고 융기실리콘자재의 수익성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태양광 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의 태양광 사업이 일부 지연됐고 융기실리콘자재의 수익성도 나빠졌다”면서도 “내년부터 지연된 사업이 재개되고 폴리실리콘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실적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조철군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공급 부족 현상은 중단기 이슈에 불과하다”며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선두 기업인 융기실리콘자재의 경쟁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