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사다리 걷어차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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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 올 때 우산 뺏는 것보다 더 심한 ‘사다리 걷어차기’죠. 아파트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는데 대출까지 틀어막으면 어쩌란 말입니까.” 39세 직장인의 하소연이다. 그는 “나랏빚 펑펑 쓰면서 개인 대출 막는 건 국가 폭력”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자금 여력을 갖추지 못한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이 내년 1월부터는 2억4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자금 조달이 막히면 전세 가격이 오르고, 월세로 나앉는 사람까지 생긴다.이른바 ‘금융 사다리’와 ‘주거 사다리’를 동시에 걷어차인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정부가 강조한 ‘투기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다.
‘취업 사다리’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비정규직 제로화’를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정규직화하다 보니 신규 채용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정규직 취업준비생들이 “밤새워 공부하고 스펙 쌓은 취준생들의 자리를 뺏도록 만드는 게 공정이고 평등이냐”며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800만 명으로 되레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38.4%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청년들은 ‘성장 사다리’를 잃고 정부의 ‘관제 아르바이트’나 파트 타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당국에 “일자리는 정치 구호가 아니라 성장하는 기업이 만든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더 한심한 건 ‘교육 사다리 걷어차기’다. 자사고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요직 인사들은 자사고를 ‘귀족 학교’라며 없애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자신들의 자녀가 자사고·외고를 나왔다는 게 밝혀지자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 다 보냈으니 이제 다른 아이들이 못 올라오게 사다리를 걷어차자는 것이냐”며 들고 일어났다.
최근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무리하게 늘리는 바람에 “우리 기업들이 막 올라탄 ‘탄소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고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냐”는 산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국가 명운이 걸린 ‘미래 사다리’까지 다 걷어차지 않을까 겁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자금 여력을 갖추지 못한 세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주택담보대출 가능액이 내년 1월부터는 2억4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자금 조달이 막히면 전세 가격이 오르고, 월세로 나앉는 사람까지 생긴다.이른바 ‘금융 사다리’와 ‘주거 사다리’를 동시에 걷어차인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은 기댈 곳이 없어진다. 정부가 강조한 ‘투기 근절’과 ‘실수요자 보호’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무주택 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이다.
‘취업 사다리’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비정규직 제로화’를 밀어붙일 때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정규직화하다 보니 신규 채용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정규직 취업준비생들이 “밤새워 공부하고 스펙 쌓은 취준생들의 자리를 뺏도록 만드는 게 공정이고 평등이냐”며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800만 명으로 되레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38.4%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청년들은 ‘성장 사다리’를 잃고 정부의 ‘관제 아르바이트’나 파트 타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 당국에 “일자리는 정치 구호가 아니라 성장하는 기업이 만든다”고 그렇게 얘기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더 한심한 건 ‘교육 사다리 걷어차기’다. 자사고 전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요직 인사들은 자사고를 ‘귀족 학교’라며 없애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자신들의 자녀가 자사고·외고를 나왔다는 게 밝혀지자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 다 보냈으니 이제 다른 아이들이 못 올라오게 사다리를 걷어차자는 것이냐”며 들고 일어났다.
최근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무리하게 늘리는 바람에 “우리 기업들이 막 올라탄 ‘탄소 사다리’를 스스로 걷어차고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냐”는 산업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국가 명운이 걸린 ‘미래 사다리’까지 다 걷어차지 않을까 겁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