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아리, 인간 공격 이유 알고 보니…"시력 나빠, 바다표범으로 착각"

백상아리의 시력이 나빠 수영을 하거나 파도를 타는 사람을 바다표범 등과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백상아리의 시력이 나빠 수영을 하거나 파도를 타는 사람을 바다표범 등과 구분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백상아리가 사람을 먹이로 착각해 공격한다는 가설을 처음으로 입증한 결과다.

28일 AFP통신과 호주 매쿼리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신경생물학자 로라 라이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맨몸으로 수영을 하거나 파도타기 널(서프보드) 위에 엎드려 손발을 젓는 사람을 아래에서 수중촬영한 뒤 백상아리 시력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 저널 인터페이스(Journal of The Royal Society Interface)'에 실렸다.

인간을 공격하는 대표적인 상어종인 백상아리는 먼 거리에서 소리와 냄새로 먹잇감을 파악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는 시력에 의존해 사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백상아리는 색깔을 거의 구분할 수 없는 색맹인데다 시력도 인간의 6분의 1밖에 안돼 형체만 겨우 구분하는 정도로, 백상아리가 먹잇감으로 삼는 바다표범이나 바다사자 등 수중 육식 포유류인 기각류(鰭脚類)와 인간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인간이 수영을 하거나 파도타기 널 위에서 손발을 젓는 모습은 기각류가 지느러미발을 젓는 것과 유사하게 보이고, 인간과 기각류의 차이보다 기각류 간 형체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백상아리 시각에서는 인간이 수영을 하거나 파도타기 널 위에서 손발을 젓는 모습은 기각류가 지느러미발을 젓는 것과 유사하게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연구팀은 시드니 인근 타롱가동물원의 대형 수족관 바닥에서 바다표범과 바다사자, 인간이 수영하는 장면과 함께 다양한 크기의 파도타기 널 위에서 손발을 이용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패들링) 장면을 촬영한 뒤 백상아리의 신경과학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시력에 맞춘 필터를 적용했다.

그 결과 인간과 기각류의 동작이나 형체 어떤 것도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특히, 파도타기 널이 작을 때는 기각류와 구분하기 더욱 어려웠다"고 전하면서 "새끼 기각류를 주로 사냥하는 백상아리 입장에서는 작은 널을 사용하는 사람이 더욱 유혹적인 사냥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백상아리가 주로 파도타기 널을 타는 사람을 먹이로 착각해 공격하는 점을 고려해 널에 발광다이오드(LED)를 다는 등 시각신호를 바꿔 공격을 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부분의 상어는 색맹이고, 백상아리의 시력은 형체만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여서 잠수복이나 파도타기 널을 화려한 색으로 꾸며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