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핵심은 동반성장, 공급망 관리 우선해야”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ESG의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는 바로 공급망 내에 있는 협력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기업이 공급망 생태계 내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ESG]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내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10월 월례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범준기자
대한민국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포럼이 주최하는 제5회 ESG클럽 월례포럼이 지난 10월 27일 수요일에 열렸다.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번 월례포럼의 주제는 ‘기업의 이해관계자와 ESG 경영’이었다. 유럽에서 시작된 공급망 실사 논의에 발맞춰 기업이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자 관리, 공급망 관리에 대한 강의로 구성했다. 월례포럼은 송형석 한국경제 ESG 팀장의 뉴스 브리핑,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의 특강, 문두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기후변화 공시 동향 브리핑 순으로 이어졌다. 이번 월례포럼의 특강을 맡은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서울대 문리대학 졸업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단국대 교수, 20대 노동부 장관, 단국대 총장을 역임하고 2018년부터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상생협력 중요

권 위원장은 ‘ESG의 핵심은 동반성장’이라는 대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권 위원장은 “ESG란 협의에서의 사회적가치 창출이다. 이전에 논의되어온 CSR(기업의 사회적책임)과 CSV(공유가치 창출)의 교집합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다보스 포럼에서 제기된 개념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ESG 중 S, 즉 사회 부문의 이해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직원들, 2차적으로는 협력사, 나아가 고객과 지역사회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산업 동향으로 권 위원장은 세계화와 자유경쟁주의의 퇴조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질서는 각자도생주의, 자국우선주의 등으로 변화하며 글로벌 공급망보다 국내 공급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추세다. 즉 기업 생태계의 동반성장이 포스트코로나의 생존전략이 된다는 관점이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융복합식 발전과 네트워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한다.

권 위원장은 자유주의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공동체를 위한 공공선의 실현, 즉 공화주의의 재조명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 위원장은 “사회안전망을 뜻하는 기업 외부의 민주화, 노사관계의 민주화를 뜻하는 기업 내부의 민주화뿐 아니라 기업 관계의 민주화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원 사업자가 수탁 기업에 지시하고 그것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기업 생태계가 발전할 수 없다”며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생태계 안에서 혁신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전략은 갈등적 경쟁 관계와 보완적 협력관계로 구분해 접근할 수 있다. 갈등적 경쟁 관계의 경우 동일 시장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출을 예로 들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한 시장에서는 생존하기 어렵고, 특히 대자본 기반의 신산업에 대응하기 어렵다. 대표적 예는 온라인 중개 산업의 확장이다. 앱 기반의 온라인 플랫폼이 대리운전, 배달 같은 사업 영역으로 진출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이 위축되는 것이다.이러한 경우 보호적 동반성장이 추진되어야 한다. 갈등 완화를 위한 소극적 동반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실제로 동반성장위원회는 상생협약을 통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자율적으로 조정,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합의를 중재한다. 중소기업에는 생계형 적합 업종을 추천하기도 한다.
동반성장위, 대·중소기업 협력 지원

보완적 협력관계의 복원 및 증진도 필요하다. 보완적 협력관계로 출발했으나 각 산업 생태계 내 우열이 갑을관계로 왜곡된 상황을 복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보완적 협력관계는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막는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을 증진하고자 상생법과 관련한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동반성장 지수 평가, 혁신성장 투어, 동반성장 교육과정, 혁신주도형 임금 격차 해소 운동, 협력사 ESG 지원 사업,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분 참여를 통한 투자 활성화 연구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동반성장위는 각 부처 간 동반성장 정책의 효율적 연계를 계획 중이다. 동반성장위는 이러한 혁신 주도형 적극적 동반성장 전략과 갈등을 완화하는 소극적 동반성장 전략을 통해 대·중소기업 간 효과적 조정과 중재 방안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큰 한국에서 ESG가 새로운 규제로 다가오지 않을지에 대한 걱정도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권 위원장은 “실제로 또 다른 규제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환경 측면의 개선은 단순히 인식 개선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한국은 선진국을 추격하던 추격형 성장 단계에서 고진로(high-road) 성장 전략으로 바뀌는 과도기에 있다. 이와 맞물려 ESG가 또 하나의 도전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는 동반성장이 곧 ESG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문두철 교수의 글로벌 기후변화 공시 동향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ESG 보고 기준은 종류가 너무 많고 통일성이 없어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ESG 지표 표준화를 위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설립 후 공식화 과정을 밟고 있다. 정부도 향후 ISSB를 ESG 공시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ISSB 표준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우선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 태스크포스(TCFD),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를 중심으로 공시 기준 통합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문 교수는 “향후 TCFD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TCFD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험을 계량화해 이를 기업의 기회 및 재무적 영향으로 활용한다. 우리나라 역시 TCFD 기준에 맞춰 기후 공시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 월례포럼은 11월 24일로, ESG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진행된다. 이성열 SAP 코리아 대표가 연사로 참여해 디지털 ESG의 필요성과 전략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