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수문 설치, 반구대 암각화 침수 문제 최종 해법 될까

문화재위가 4년 전 권고…"사연댐 철거 빼곤 가장 효과적"
"세계유산 등재에도 긍정적…주변 환경 복합적으로 살펴야"
대곡천 수위에 따라 50년 넘게 침수와 노출이 반복된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방법이 결국 사연댐 수문 설치로 결정됐다. 정부는 반구대 암각화 하류에 있는 사연댐에 폭 15m·높이 6m인 수문 3개를 설치해 유적을 보존하겠다고 29일 발표했다.

수문은 2023년 설계를 거쳐 2025년 7월 준공될 예정이다.

사연댐에 수문이 만들어지면 많은 비가 와도 안정적으로 대곡천 수위를 조절할 수 있고, 반구대 암각화 침수 가능성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반구대 암각화 연평균 침수일이 2014∼2020년 42일이었으나, 사연댐 수문이 완공되면 단 1일로 급감한다고 설명했다.

국보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고래·거북·사슴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과 인간의 수렵·어로 모습을 너비 10m·높이 4m의 널따란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울산대 연구에 따르면 암각화에 있는 그림은 모두 353점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학계에 보고됐으나, 그에 앞서 1965년 사연댐이 지어져 침수로 인한 훼손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됐다.

침수 문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 생태제방 축조, 유로 변경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됐으나 모두 문화재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거대한 구조물인 '가변형 임시 물막이'(카이네틱 댐) 건설을 추진했으나, 초기 단계부터 기술적 결함이 발견돼 실현되지 않았다. 문화재위원회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 실패 이후인 2017년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 생태제방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해 부결한 뒤 사연댐 수문 설치가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울산시는 식수 부족을 이유로 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문화재 보호를 우선시하는 문화재청과 시민 식수 확보를 요구한 울산시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또다시 미궁에 빠지는 듯했던 반구대 암각화 보존 문제는 이날 협약에 담긴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통해 해결됐다.

중앙정부가 청도 운문댐 물을 울산시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관련 기관이 문화재계에서 주장해 온 사연댐 수문 설치에 합의했다.

정부는 '태평양 연안을 무대로 고래를 사냥했던 신석기시대의 포경 활동을 보여주는 독보적 증거이자 동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유산'을 반구대 암각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로 내세워 세계유산 등재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학계에서는 수문 설치가 사연댐 철거를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효과적인 침수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세계유산 등재라는 목표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세계유산 전문가인 이혜은 동국대 명예교수는 "침수 기간이 줄어들면 암각화가 잘 보존되고, 세계유산 등재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호태 울산대 교수는 "수문을 만드는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까지 반구대 암각화의 종합적 보존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 주변 환경까지 복합적으로 살펴보고 평가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상설기구를 만들어 유적 보존, 세계유산 등재 등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