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밴+하이브리드='완판'…없어서 못 산다는 車 뭐길래? [신차털기]

오세성 기자의 [신차털기] 112회
△도요타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시승기

▽ 미니밴 맞아?…역동적 디자인에 눈길
▽ 넓고 쾌적한 공간에 소음·진동도 사라져
▽ 동급 대비 2000만원 비싼 가격에도 '완판'
도요타의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넓은 공간과 높은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더니 완판 기록을 세웠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미니밴 시에나 얘기다.넓은 공간의 대명사인 미니밴은 차량 무게가 무거운 탓에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다른 차량에 비해 연비가 낮은 편이다. 일례로 3.5L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기아 미니밴 카니발의 경우 공인연비가 9.1km/L이지만, 같은 엔진을 쓰는 세단 K8은 10.6km/L의 연비를 인증 받았다. 이 차이는 오르막길을 오르거나 가속을 하는 경우 등 실제 주행 환경에서 더 벌어진다. 미니밴인 카니발의 무게가 K8보다 400kg 무겁고 300mm 가량 높은 전고 탓에 공기저항도 더 받는 탓이다.

미니밴의 숙명인 '저연비'를 끊어낸 모델도 있다. 도요타의 4세대 시에나는 국내 판매되는 미니밴 가운데 유일하게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했다. 2.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덕에 공인 연비는 주력 모델인 2WD 기준 14.5km/L에 달한다. 친환경·고연비로 무장한 미니밴 시에나는 지난달까지 878대가 팔렸다. 아직 출고되지 않은 계약 물량도 있기에 지금 주문하면 빨라도 내년 초에나 받아볼 수 있다. 사실상 올해 물량이 모두 동난 셈.
도요타의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높은 인기를 얻은 도요타 시에나를 직접 만나봤다. 가장 먼저 미니밴이 맞나 싶은 외관이 반겼다. 시에나의 전장·전폭·전고는 5175·1995·1775mm로 거대하지만, 둔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외관 디자인이 강렬하고 대담했다. 전면 LED 전조등과 안개등은 물론, 흡기구까지도 입체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측면도 공격적인 캐릭터 라인이 재미를 주고 후면도 Y자 후미등으로 개성을 더했다.축간거리 3060mm에 걸맞게 실내는 넉넉하다 못해 넘치는 공간을 제공한다. 보이는 곳곳에 수납공간이 마련됐고 컵홀더도 앞좌석에만 4개가 있을 정도다. 2열은 앞뒤로 624mm를 이동하는 슈퍼 롱 슬라이드 시트가 장착됐다. 2WD 모델의 경우 레그 서포트도 마련돼 항공기 일등석이 연상될 정도로 편안한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
도요타의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3열 역시 쾌적한 공간을 갖췄다. 2열 슬라이드 기능을 쓰면 3열도 제법 여유로운 레그룸이 확보되며, 별도 컵홀더도 마련됐다. 3열 좌석을 쓰지 않는다면 간편하게 접어 넓은 적재공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1열 뒷편에 11.6인치 디스플레이가 달렸기에 2, 3열에 앉은 자녀에게 영상을 보여줄 수도 있다. 뒷좌석으로 갈수록 시트 높이가 약간씩 높아지기에 시야를 가리는 일은 없었다.

본격적인 운전에 나서자 운전자 중심의 실내 구조가 안락함을 느끼게 해줬다. 매우 넓은 차량이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와 운전자를 향해 기울어진 메인 디스플레이·센터페시아 덕분에 차량 모든 기능을 편리하게 누릴 수 있었다. 통풍시트와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시에나 운전환경을 한층 쾌적하게 만들었다. 좁은 골목을 지날 때나 주차를 할 때도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 어라운드뷰가 작동됐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에나의 주행은 안정적이면서도 정숙했다. 덩치가 큰 미니밴임에도 흔들림이 적었는데, 무게중심이 낮아진 덕분이었다. 도요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시에나의 지상고를 40mm, 전고는 12mm 낮췄다. 더욱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면서도 28mm의 실내공간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또한 시동을 걸 때나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 등 엔진의 소리가 커질 수 있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시에나는 고요함을 유지했다. 엔진에 걸릴 부하를 전기모터가 대신했기 때문이다. 간혹 가속할 때 엔진이 작동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가속 페달을 얕게 밟는다면 도심 구간에서는 전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했다. 시에나에는 이를 위한 EV 모드도 제공된다.

시에나의 전기모터는 고속에서도 끊임없이 작동한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로 속도를 높인 뒤 항속주행을 하자 이내 엔진이 꺼지고 모터가 작동했다. 약간의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전기모터는 끈질기게 작동하며 차량의 연비를 점차 높였다. 엔진의 진동이 사라지며 승차감이 한층 쾌적해진 것은 덤이다. 진동과 소음이 사라진 시에나는 가족을 위한 미니밴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도요타의 4세대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에나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반자율주행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전폭이 2m에 달하는 큰 차량이기에 운전하는 내내 차선을 밟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차량 스스로 차로 중심을 유지하며 달리는 차로유지보조 기능이 있었다면 한층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더불어 시스템 총출력 246마력, 최대토크 24.1kg·m의 동력성능도 2t이 넘는 시에나를 끌기에 내심 아쉬웠던 부분이다. 여유로운 출력은 아니었지만, 부족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다.

마지막은 가격이다. 시에나 하이브리드 2WD의 가격은 6400만원에 달한다. 동급 경쟁 모델인 기아 카니발이나 스타리아는 4000만원대, 혼다 오딧세이는 5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됐다. 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엔진 모델보다 어느정도 비싼 것이 당연하다고는 하지만, 가격 차이가 2000만원에 달하니 고개를 쉽게 끄덕일 수 없었다. 다만 시에나의 올해 국내 도입 물량이 동난 만큼, 이러한 가격을 납득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